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도 소녀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17세 이하(U-17)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사상 첫 4강에 진출한 중심에는 역경을 이겨낸 공격수 여민지(17, 함안 대산고)가 있었다.
여민지는 17일 오전(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 산페르난도 마라벨라의 매니 램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혼자 4골 1도움을 해내며 한국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U-17 대표팀은 최근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에 이어 연속 두 대회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여민지는 역대 한국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FIFA 주관대회 첫 한 경기 4골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지난 7월 U-20 월드컵에서는 지소연(19, 한양여대)이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여민지의 출장은 불투명했다. 지난 8월 오른쪽 무릎 인대 파열로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 오른쪽 무릎 인대는 2008년에도 파열돼 수술을 받았던 부위였다. 재활 보조기구에 의지하는 여민지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도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때문에 대표팀은 이번 대회 직전 미국 전지훈련에서 여민지를 제외한 상태로 조직력 가다듬기에 공을 들였다. 미국 테네시주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2세 이하 대표팀과 3차례 연습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지만 여민지의 부재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스타의 등장은 극적이었다. 불굴의 의지로 대표팀에 합류한 여민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이름을 알렸다.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도 2골을 퍼부으며 조기 8강 확정에 일등공신이 됐다.
3차전 독일과의 경기는 컨디션 점검차 나섰기 때문에 골이 없었지만, 나이지리아와의 4강전에서는 한국이 0-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골 폭풍을 일으키며 대회 한 페이지를 인상적으로 장식했다.
여민지의 골은 여유가 넘쳤다. 슈팅의 강약 조절은 물론 적절한 침투로 신장과 힘에서 우세한 나이지리아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부상 여파가 있었음에도 연장전에서 머리로 쐐기골을 넣는 등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여민지는 총 7골 2도움으로 득점 1위에 올라서며 목표가 우승이라던 최덕주 감독의 말이 헛된 것이 아님을 눈부신 기량으로 증명해나가고 있다. 그의 불같은 투혼이 FIFA 주관대회 최초 한국대표팀 결승 진출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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