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비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햇살과도 같은 존재, '써니' 김선우가 비가 오락가락 하는 궂은 날씨 속에 선발 등판해 롯데 타선에 뭇매를 맞으며 조기 강판당했다.
김선우는 11일 잠실 롯데와의 시즌 18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2.2이닝 동안 7안타 3볼넷을 내주며 8실점이나 하고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굵은 빗줄기가 내리며 경기 개시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경기 시작 예정 시간인 5시가 넘어서도 비가 그칠 줄 몰라 취소가 예상됐지만 다행히(?) 30분을 기다린 끝에 비가 그쳐 경기가 열릴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날씨 탓에 김선우가 보인 최악의 피칭은 이미 예견됐던 것인지도 모른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1회초 김선우가 롯데 전준우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자 "김선우가 나이가 있다 보니 날씨가 궂으면 무릎 등 평소 좋지 않던 부위가 쑤신다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비오는 날은 공이 좋지 않다"고 말하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후 김선우는 2회까지는 무사히 버텼지만, 3회초 4안타와 볼넷 2개를 묶어 4점을 더 실점한 뒤 주자 만루인 상황에서 김승회로 교체됐다. 마운드를 넘겨받은 김승회가 황재균에게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하며 김선우의 자책점은 순식간에 8점으로 늘어났다.
'비오는 날 부진한 김선우'에 대한 불길한 예견이 들어맞은 셈이었다.
올 시즌 비와 악연이 계속되는 김선우다. 김선우가 선발 등판한 지난 8월 24일 잠실 LG전 때도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 끝에 결국 5회 강우콜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던 적이 있다. 김선우는 이 경기에서 5이닝 동안 2실점하며 비교적 준수한 피칭을 선보였으나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김선우의 피칭과 비가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이날 롯데전에서 궂은 날씨 속에 특유의 날카로운 피칭을 보여주지 못하고 대량실점 후 조기강판한 것을 보면 궁합이 잘 안맞는 것 같아 보인다. 공교롭게도 김선우의 별명이 햇살이 내리쬔다는 뜻의 '써니(sunn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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