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전화위복'이라고 평가할만하다. 롯데 자이언츠의 얘기다.
4위 롯데(55승 53패 3무)는 전일(21일) 사직 두산전마저 14-4로 쓸어담으며 지난 17일 SK전 이후 무려 5연승을 내달렸다. 이날 5위 KIA(50승 61패)가 삼성에게 패하면서 양 팀의 승차는 무려 5게임까지 벌어졌다. 잔여 경기수가 22경기씩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의 연패와 KIA의 연승이 맞물리지 않는한 순위 교체는 힘겨워보인다.
특히 이번 5연승은 롯데에게 더욱 의미가 크다.
우선 '천적'이라고 평가받던 SK(17일~19일)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2008년 5월 23일~25일 문학 3연승 이후 816일만의 감격적인 3연전 승리였다. SK전 3연승기록만 따져도 지난 2009년 7월 14일~19일까지 4연승(사직 2승, 문학 2승)을 기록한 후 무려 396일만이다.
5연승 시작을 알렸던 SK전 승리는 롯데 선수단에게 향후 '비룡 노이로제' 탈출의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또 '안방'에서 내리 2승을 거둔 상대가 강팀 두산이라는 점도 롯데의 연승행진이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대 두산 상대전적도 9승 6패로 완벽히 우위를 점하면서 롯데는 포스트시즌 설욕을 위한 자신감 상승의 효과까지 봤다.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을 감안하면 더욱 값지다. 롯데는 지난 15일 광주 KIA전서 '몬스터시즌'을 보내고 있던 홍성흔이 윤석민의 몸쪽 공에 왼손등을 맞아 엔트리서 빠졌다. 전치 4주 진단은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이었고, 롯데 선수단은 불안감 속에 SK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천적을 앞두고 주포가 빠지면서 롯데 선수단은 더욱 응집했다. 이대호는 선수들에게 "더욱 뭉쳐야한다"고 독려했고, 주장 조성환도 이를 뒤에서 후방지원했다. 선수들 역시 KIA가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에서 위기가 닥치자 집중력을 높였다.
로이스터 감독의 지시로 덕아웃에서 함께 선수단과 경기를 지켜보며 파이팅을 외치는 홍성흔은 "역시 야구는 혼자 하는게 아니다. 내가 없으니 선수들이 더 단단해졌다. 존재감이 없어질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선수 개개인의 성적도 올라갔다. 홍성흔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조성환은 5경기서 3할8푼1리(21타수 8안타 1홈런), SK전에 약했던 이대호 역시 3연전 포함 5경기서 3할1푼6리(19타수 6안타 2홈런)로 고비를 어느 정도 선방하며 넘겼다.
홍성흔의 공백으로 다시 합류한 손아섭도 18일 SK전부터 4경기 동안 5할2푼9리(17타수 9안타 3홈런)를 기록하며 시즌 초 '크레이드 모드'로 돌아갔다.
이외에도 이 기간동안 전준우(5할), 강민호(3할1푼3리) 등도 잘해줬고, 황재균, 문규현, 박종윤 등도 든든히 뒤를 받쳤다. 다소 주춤했던 김주찬도 앞서 SK전 2경기서 4안타로 제 몫을 해냈고, 어깨통증으로 고전한 가르시아도 19일 SK전에서는 스리런포를 쏘아올렸다.
4강 문턱에서 거둔 시즌 첫 5연승. 홍성흔의 공백과 SK, 두산을 상대로 거둔 후반기 쾌속질주는 롯데의 막판 4강 청신호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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