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위기 막아낸 박준수, 숨은 '히어로'

전광판 소개 영상에서 나온 박준수(넥센)에 대한 멘트, '괴물급 사이드암 드러난 삼진본색'.

거짓말이 아니었다. 중요한 순간에 박준수가 확실한 역할을 해주면서 팀의 역전을 막아냈다.

넥센은 4일 목동 한화전에서 3회말 6안타 1볼넷의 집중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6득점해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7회초 위기가 찾아왔다. 선발 김성현이 김태완(볼넷), 정원석(우중간 안타)을 출루시키자 긴급 구원등판한 마정길이 손지환을 내야플라이로 처리한 후 신경현에게 좌월스리런포를 허용한 것. 이후 한윤섭에게 볼넷을 내주자 다시 이보근으로 마운드가 교체됐지만, 그 역시 3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1실점했다.

넥센은 한순간에 6-4로 쫓기는 처지가 됐고, 김시진 감독은 1사 만루에서 박준수를 내보냈다. 상대해야 할 타자는 4번 최진행과 5번 김태완. 그야말로 한화 중심타선을 맞이한 넥센으로서는 대역전을 당할지 모르는 위기를 맞았던 셈이다.

여기서 박준수가 침착하게 '불'을 껐다. 최진행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솎아냈고, 김태완마저 공 5개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불붙은 한화의 기세에 박준수가 찬물을 확 끼얹은 것이다.

이후 박준수는 8회초 2사까지 잡아내고 '클로저' 손승락에게 바통을 넘겼고, 넥센은 8회말 2사 만루서 연이어 나온 한화의 실책 덕에 대거 5점을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는 9회초 4득점하며 재추격했지만 이미 벌어진 점수차를 뒤집을 순 없었다. 넥센이 2연승으로 한화를 주저앉히고 7위로 올라서는 귀중한 1승.

이날의 진정한 히어로는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김성현도 아니었고, 3회말 적시타를 뽑아낸 장기영(1타점), 이숭용(2타점), 조중근(2타점)도 아니었다. 최대의 위기서 한화의 중심타선을 봉쇄한 박준수의 역투가 박수를 받을 만했다.

경기 후 박준수는 "7회초 김태완을 삼진으로 잡기 위해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잘 들어갔다"며 위기 탈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박준수는 "수술 후 재활해 올해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주위에서 '재기에 성공했다'는 말을 하는데, 나한테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다"며 "재기는 특급 선수들이 제 기량을 찾았을 때 하는 말이다. 나는 내년에도 요즘같이 던져야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팀이 유리한 상황에서 등판하는데,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