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 과거의 화려한 축구의 흔적을 지우고 실리축구로 변신했다. 미드필드의 두꺼움과 플랫4 수비라인의 간격을 좁히는 촘촘함으로 골을 넣고 나면 지키는 스타일로 변신했다.
네덜란드, 실리축구로 화려한 변신
때문에 네덜란드가 과거 실속을 챙기며 재미없는 투박한 축구를 구사한 독일처럼 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승리를 위해서라면 방법은 나중 문제라는 것이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의 생각이기도 하다.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 네덜란드는 지키는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전반 18분 아르연 로번의 선제골이 터진 뒤 슬로바키아의 맹공을 튼튼한 수비로 지켜낸 뒤 이따금 역습으로 위협하는 스타일을 고수했다.
상대의 조급함을 이끌어낸 네덜란드는 39분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테르 밀란)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종료직전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한 슬로바키아를 2-1로 물리쳤다.
이런 패턴은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도 반복돼 효과를 봤다. 비록 선제골을 뺏겼지만 후반 8분 스네이더르의 동점골이 터진 뒤 몇 차례 브라질의 공세를 잘 막아내고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잡아냈다.
볼 점유율, 패스 등 관리 수치에서 앞서
7일 오전 열린 우루과이와의 4강전도 마찬가지였다. 히오바니 판브론크호르스트(페예노르트)의 선제골이 터진 뒤 볼을 돌리며 관리모드로 돌입했다. 우루과이의 주포 디에고 포를란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날카로운 패스로 스네이더르와 로번이 연속골을 작렬하며 도망갔다.
기록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루과이는 왈테르 가르가노, 막시 페레이라 등 수비 역할을 부여받은 이들이 평균 11km를 뛰는 체력을 앞세웠지만 64%-58%로 앞선 네덜란드의 패스 성공을 차단하지는 못했다.
특히 중간 패스에서는 71%-61%로 네덜란드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다. 전체 볼 점유율도 53%-47%로 네덜란드가 앞섰다. 볼 관리를 얼마나 잘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다.
대체자원도 훌륭했다. 경고누적으로 나서지 못한 미드필더 니헐 데용(맨체스터 시티)를 대신해 나선 데미 데제이우(아약스)는 이렇다 할 공백을 느끼지 못하도록 그의 자리를 훌륭하게 보완했다.
관리 유지 요원들, 훌륭한 호흡
네덜란드의 중앙 수비진도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요리스 마테이선(함부르크SV)은 브라질과의 8강전을 앞두고 몸을 풀다가 경미한 무릎 부상을 당했다. 안드러 오이여르(PSV에인트호벤)가 대신 나서 호비뉴에 선제골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금세 적응하며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4강을 이끌었다.
부상으로 재활에 매달리던 로번이 조별리그 3차전 가나전에서부터 복귀하면서 공격진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16강부터 4강까지 네덜란드는 로빈 판페르시(아스널)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좌우에 로번과 디르크 카위트(리버풀)가 지원하는 스리톱을 구축했다.
판페르시 아래 스네이더르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되는 공격전형은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상대팀들은 이들의 유기적인 호흡을 끊지 못했다. 16강부터 4강까지 터진 7골 중 6골이 이들의 발과 머리를 거쳐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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