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축구' 브라질의 선장인 카를루스 둥가 감독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내세운 실리축구는 질베르투 실바(파나티나이코스)-펠리피 멜루(유벤투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전략의 핵심이다.
이들은 볼을 지켜내다 한 번의 역습에서 출발점 역할을 한다. 때문에 둥가 감독의 믿음은 상당하다.
그러나 멜루가 결정적인 순간 둥가 감독을 실망시켰다. 2일 밤(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0 월드컵 8강전이 그랬다.
멜루는 어김없이 중원을 지키며 전방의 공격 기회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데 집중했다. 그의 너른 시야는 전반 10분 빛을 냈다. 네덜란드 중앙 수비 사이가 벌어진 틈으로 완벽한 타이밍에 긴 침투패스를 했고, 달려들며 이를 받은 호비뉴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감각적인 멜루의 패스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당황한 네덜란드는 이후 브라질의 수비를 깨기 위해 페널티지역으로 집중해 파고들었다.
그러나 브라질 수비의 단단한 조직력을 허물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정지동작에서 승부를 내든가 조직력에 균열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것이 네덜란드가 사용할 수 있는 골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영웅이 되는가 했던 멜루가 후반 8분 역전패의 주역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가 문전을 향해 슈팅한 것을 멜루가 점프하며 헤딩 처리한다는 것이 머리에 맞고 방향이 꺾이며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가 자책골이 되고 말았다.
동점을 이루며 자신감이 살아난 네덜란드는 발재간이 좋은 아르연 로번에게 지속적으로 볼을 투입해 역전골 사냥에 나섰다. 23분 로번의 코너킥이 디르크 카윗의 머리를 거쳐 스네이더르의 헤딩 결승골로 이어졌다.
로번은 화려한 드리블로 브라질 수비진을 현혹했다. 결국, 멜루는 28분 로번의 드리블을 막는 과정에서 넘어진 그의 허벅지를 발로 가격하며 퇴장당했다. 비록 역전골을 내줬어도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다시 만회골을 노려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멜루의 퇴장은 치명적이었다.
수적 열세에 몰린 브라질은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며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여섯 번째 우승을 향한 도전을 멈췄다. 발목 부상에서 복귀해 뭔가 보여주려고 했던 멜루의 원맨쇼가 브라질을 웃겼다 울린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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