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캡틴' 박지성, 한국 넘어 세계의 '심장'이 되다

쉴 새 없이 뛰고, 패스를 연결해주며 대한민국 태극전사를 지휘했다. 그의 지휘 아래 똘똘 뭉친 태극전사 앞에 그리스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캡틴'을 맡은 박지성은 그 명성만큼이나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박지성은 12일 남아공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예선 첫 경기 그리스전에서 중원의 지휘관 역할을 충실히 해냈을 뿐 아니라 후반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어냈다.

시작부터 박지성은 상대 그리스 선수들의 '견제 대상 1호'였다. 2, 3명씩 에워싸며 박지성의 활동을 막으려 애쓰는 모습이 계속 이어졌다.

그렇지만 박지성은 장신군단 그리스의 견제에도 아랑곳 않고 기회만 나면 뚫고나가 공격의 활로를 여는 첨병 역할을 해주었다.

전반 7분 이정수의 선취골이 나온 후 그리스가 파상공세로 나설 때 박지성의 활약은 자칫 경기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을 번번이 막아냈다.

그리스가 선제골을 내준 다음 반격으로 총공세에 나설 때 박지성은 그리스의 공격 흐름을 끊고 역습을 주도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 때 그리스 선수들의 파울을 수차례 유도해내는 노련함도 돋보였다.

전반 24분에는 그리스 골문 오른쪽에서 박지성이 그리스 수비수와 경합을 벌여 공을 따낸 뒤 단독 드리블을 하는 좋은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이 때 그리스 수비수가 혼자 넘어진 것을 마이클 헤스터(뉴질랜드) 주심이 박지성의 반칙으로 선언했지만, 흥분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해 '캡틴'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곧이어 전반 27분 우리측 진영에서 박지성이 그리스 문전으로 쇄도하는 박주영에게 빠른 패스를 성공시켜 박주영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박주영이 골로 연결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리스에게는 가슴 철렁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박지성은 후반 스스로 해결사로 나섰다.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유지한 가운데 맞은 후반 7분께, 박지성은 상대 수비의 패스를 중간에서 차단해 찬스를 엮어냈다.

곧바로 그리스 골문으로 돌진해 들어간 박지성은 두 명의 수비수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따돌렸고, 달려나오는 그리스 골키퍼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보고 쓰러지는 반대 방향으로 여유있게 슈팅을 날려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들어가는 골을 성공시켰다.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은 박지성의 이 골로 태극전사들의 사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후에도 한국은 일방적인 경기 흐름을 가져가 끝에 2-0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박지성의 활약상, 개인적으로는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골의 기쁨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16강 전망을 밝힌 최고의 플레이였다. 이제 박지성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심장'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