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 싱글녀들이 인생에 대해 아는 척 하다 뒤통수 맞고 깨우쳐가는 유쾌한 수업을 그리겠다"던 이 드라마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느 순간 드라마는 길을 잃었다. 30대 싱글녀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진정한 고민은 사라졌고 연하남과의 사랑, 로맨틱한 결혼 등 판타지만 남았을 뿐이다.
MBC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결여) 이야기다. 11일 방영된 마지막회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뻔한 해피엔딩이었다.
신영(박진희 분)은 해외특파원으로 발탁됐다.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기자로서의 성공을 택하고 민재(김범 분)에게 이별을 고했다. 몇 년 후 한국으로 잠시 돌아온 신영은 여전히 민재를 잊지 못했고 민재도 '보고 싶었다'며 사랑을 고백했다. 두 사람은 달콤한 키스로 사랑을 확인했다.
다른 커플들도 위기에 처했지만 결국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시댁 식구들과 갈등을 빚던 다정(엄지원 분)은 남편 나반석(최철호 분)에게 별거에 들어가자고 선언했다. 다정은 그러나 곧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반석은 기뻐했다. 다정은 결혼에 대한 후회를 씻고 아이를 출산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민재 엄마 상미(박지영 분)도 상우(이필모 분)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상우가 함께 가자던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두 사람의 연애는 계속 됐다.
위기는 있었지만 해피엔딩의 결말을 위해 내달려온 셈이다.
시청자들은 '너무 뻔한 결말이다' '이 드라마는 조금 다르면 했다.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들이 조금 더 조명되기를 했는데 너무 큰 바람이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 참패 요인은 여기에 있다. 2004년 방영된 '결혼하고 싶은 여자들'이 3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그렸다면 이 드라마는 어느 순간 너무 뻔해졌다.
여느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연하남과의 사랑, 결혼에 목 맸다 시집살이로 힘들어하는 여자 등의 관계설정이 진부했다는 평이다. 유부녀와의 사랑 등은 불륜으로 질타 받았다.
코믹한 상황에서 유발되는 웃음에 집착하다보니 때로는 억지스러운 장면도 있었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갈팡질팡 길을 잃은 '아결여'는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서 결국 길을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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