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20여 일에 걸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페인을 오간 허정무호의 전지훈련이 종료됐다. 25일 오후 입국하는 대표팀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오는 30일 전라남도 목포 축구센터로 다시 소집돼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 대비한다.
대표팀은 6월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남아공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이 열리는 고지대 요하네스버그와 그리스와의 1차전이 열리는 저지대 포트 엘리자베스로 이동해 경기를 치르며 현지 적응에 집중했다.
고지대인 루스텐버그와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선수들의 몸 상태가 실전을 치르기에 부족한 상태에서 공인구 자블라니 적응에도 애를 먹으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자블라니는 고지대에서 기압이 낮은 특성 때문에 반발력이 상당했고 볼 스피드도 더욱 빨라져 공격수들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수비수들은 낙하지점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잠비아 및 남아공 프로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아프리카 축구의 특성을 체험했다는 것은 성과였다. 개인기를 기반으로 한 아프리카의 유연한 스타일은 본선 상대 나이지리아를 가상한 조직력을 시험한 허정무호에 좋은 참고서였다.
스페인으로 이동해 치른 '가상의 그리스' 핀란드, 라트비아와의 두 경기에서는 서서히 선수들의 조직력이 익어가고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내부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젊은피'의 활약이 눈에 띄는 등 소기의 성과도 얻었다.
허정무 감독은 훈련을 종료한 뒤 결산 인터뷰에서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친선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사실상 월드컵 본선 멤버"라며 대략 국내파 옥석 가리기의 윤곽이 드러났음을 전했다.
이번 1월 전지훈련에서는 5명 정도의 선수가 눈에 띄는 활약으로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드필더 김보경(홍익대),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수비수 박주호(주빌로 이와타) 등 젊은피와 신형민, 노병준(이상 포항 스틸러스) 등 포항 스틸러스를 지난해 아시아 정상으로 이끈 선수들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구자철은 잠비아전에서 좋은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고 김보경도 미드필드에서 볼 배급에 충실하며 베이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시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포메이션에 따라 왼쪽 풀백과 윙백을 오갔던 박주호의 발굴은 최고의 성과 중 하나다. 당장 박주호를 주전으로 기용할 수는 없지만 이영표(알 힐랄), 김동진(제니트) 등 기존 맴버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신형민과 노병준도 제 위치에서 소리없이 활약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전지훈련 내내 화제의 중심이었던 이동국(전북 현대)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허 감독의 질책을 받은 뒤 기민한 움직임으로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5차례의 평가전 중 남아공 프로팀과의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것을 제외하고 A매치 3경기에서 무득점으로 침묵해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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