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선덕여왕'과 '아이리스'는 진정 넘을 수 없는 벽일까.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은 40%가 넘는 시청률로 장기집권 체제에 돌입한지 오래다. 제작비 200억원 쏟아부은 KBS 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 역시 방송 7회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해당 방송사에는 고마운 효자 드라마지만 경쟁 드라마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미울 수 없는 꽤씸한 드라마'들이다.
◆'선덕여왕' 방영 6개월…'시청률 두자리 드라마 전무'
지난해 5월 26일 막을 올린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은 회를 거듭할 수록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월화 안방극장의 경쟁자 없는 '절대 강자'가 됐다.
'선덕여왕'에 도전장을 내민 경쟁사의 드라마들은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로 무장해 '선덕여왕'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결과는 비참할 뿐이었다.
실제로 '선덕여왕'이 방영된 6개월여 동안 타 방송사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0%를 넘긴 드라마는 한 편도 없다. '선덕여왕'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혀 '비운의 드라마'로 전락한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선덕여왕'은 방송 첫 회부터 돌풍을 일으켰고 희생작은 쏟아졌다.
방영 전부터 '선덕여왕'과 비교 대상이 되며 라이벌로 손꼽혔던 SBS '자명고'는 '선덕여왕'의 기세에 눌려 방영 내내 한자리수 시청률 부진을 겪다 결국 조기종영의 쓴 맛을 봤다.
이어 도전장을 던진 '드림'은 첫방송 5.4%로 스타트를 끊은 뒤 5.8%의 시청률로 마감했다. 손담비의 연기 도전과 국내 최초의 스포츠 에이전트를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선덕여왕'의 벽을 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SBS는 아예 '선덕여왕'을 피하는 편성전략을 펼쳤다. '드림' 후속작인 '천사의 유혹'을 9시대에 파격 편성한 것. 대신 이 시간대에 편성된 예능프로그램 '신동엽의 300'이 제물이 됐다. '신동엽의 300'은 1%대의 처참한 시청률 성적표를 받았들어야만 했다.
당초 '선덕여왕'과 경쟁이 예상됐던 사극 '제중원'은 아예 내년 초로 방송 날짜를 미뤘다.
KBS의 월화 드라마도 줄줄이 '선덕여왕'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결혼못하는 남자'는 코믹 요소와 독특한 캐릭터 등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시청자들을 유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름특집 '2009 전설의 고향'과 오연수 황신혜의 '공주가 돌아왔다'도 연이어 참패했다.
9일 '선덕여왕'에 도전장을 내미는 '천하무적 이평강' 팀은 "하필이면 첫방송 날 '선덕여왕' 미실의 죽음과 맞물렸다"고 한탄(?)하며 애써 시청률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목 新강자 '아이리스', 경쟁 드라마 '긴장'
절대 강자 없이 고만고만한 경쟁을 펼치던 수목 안방극장이 '아이리스'의 등장으로 확 달라졌다. '카인과 아벨' '태양을 삼켜라' 등 잇단 대작에도 꿈쩍 않던 수목극의 판세가 뒤집힌 셈이다.
'아이리스'는 첫회부터 24.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수목드라마 정상에 올랐다. 올해 방영된 수목극 중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돌파한 것.
이병헌과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탑 등 화려한 캐스팅과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해외 로케이션, 영화를 방불케하는 블록버스터급 액션이 경쟁 드라마를 압도했다.
SBS의 '미남이시네요'는 홍자매(홍미란-홍정은) 작가의 특유의 재치있는 화면과 배우들의 개성 연기로 1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나름 선방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미남이시네요'에 내심 기대가 컸던 SBS 관계자들은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 그래도 불안한 시청률을 보이던 MBC '맨땅에 헤딩'은 시청률이 3%대까지 추락했고 결국 조기종영되는 쓴 맛을 봐야했다.
'맨땅에 헤딩' 후속으로 방영되는 '히어로'의 제작 관계자들 역시 '아이리스'에 대한 부담이 크다. '히어로'는 이준기의 캐스팅과 탄탄한 대본으로 '한 번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분위기를 탄 '아이리스'와의 대결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여주인공 교체와 첫방송 날짜 등으로 혼선을 겪은 데다 재촬영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라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선덕여왕'이나 '아이리스'와 맞붙는 것은 부담스럽다. 두 드라마처럼 아예 작정하고 만든 대작 드라마와 맞붙어 이기기란 사실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드라마의 기획력만으로 경쟁하기는 벅찬 상대들"이라며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힘겹게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일선 PD들은 '선덕여왕'이나 '아이리스'처럼 제작비를 올려주면 그만큼 만들어보겠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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