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한국시리즈를 마음 졸이며 지켜봐던 야구팬들이라면 김현수(두산)의 '눈물'을 기억할 것이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리그 수위 타자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주저앉으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덕아웃으로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시즌 김현수는 펄펄 날아다녔던 정규시즌과는 달리 한국시리즈서 5경기 21타수 1안타 타율 4푼8리라는 최악의 부진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6경기서 24타수 8안타(1홈런) 3할3푼3리를 기록, 자존심을 지켰지만 정작 대권 탈환의 무대에서 처참할 정도로 무너진 것이다.
1승 1패로 맞이한 3차전,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 천금의 역전 찬스서 병살타를 때려내며 김현수는 일단 기가 꺾였다. 이어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5차전서도 9회말 1사 만루 찬스서 병살타로 돌아서 SK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의 마지막 타자가 되며 쓰디쓴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1루에서 아웃되며 눈물을 흘려 아쉬움을 표현하던 천재타자의 모습과 2연패에 환호하는 비룡군단의 환호가 오버랩되면서 두산팬들은 김현수와 함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이제 한 시즌이 끝나고 다시 한 번 김현수에게 기회가 왔다. 올해는 더욱 진화된 천재타자다. 3할5푼7리의 타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홈런수는 무려 14개나(2008시즌 9개, 2009시즌 23개) 늘렸다. 타점도 104타점을 기록하면서 김현수는 그야말로 완성형 타자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시즌 내내 김현수는 말을 아꼈다. 초반 4할대의 불방망이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그냥 열심히 할 뿐"이라고 입을 닫았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이르면서 최다안타, 100타점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더니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작년의 아픔을 씻겠다"고 가슴에 새겨진 한을 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늘(7일) 오후 6시부터 두산은 정규시즌 2위 SK와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한다. 지난 시즌과는 달리 양 팀 모두 한 단계 아래서 맞붙게 됐지만, 2년 연속 한국시리즈서 맞붙은 경험과 라이벌 의식으로 임하는 자세는 예년과 다름없다. 오히려 KIA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버티고 있기에 정신력은 더욱 다져진 상태다.
김현수가 1년이 지나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 SK와 다시 한 번 맞서게 됐다. 시즌 내내 최고의 타자로 인정받았고,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서도 13타수 7안타(2홈런) 타율 5할3푼8리를 기록했다. 김현수의 '복수혈전'이 이제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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