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투수 출신에서 명조련사로 거듭난 선동열 감독(삼성)도 팀의 4강 탈락 불운을 막지 못했다. 삼성은 지난 23일 문학 SK전에서 패함으로써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잔여 2경기서 전승하고 롯데가 마지막 1경기를 패해 동률을 이뤄도 상대전적의 열세로 4위 탈환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삼성으로선 참 아쉬운 한 해가 아닐 수 없다. 시즌 막바지까지 4위 싸움을 벌여 '명문가'의 자존심은 세웠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진정한 명문가에 '4강 탈락'은 모든 것을 떠나 '수모'나 다름없다. 게다가 1997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이어온 가을 야구였기에 삼성팬들의 마음은 허탈하기만 하다.
올 시즌 삼성의 주적은 '줄부상'이었다. 주전 포수 진갑용은 왼팔 골절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고, 박진만도 고질적인 어깨 통증과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 막판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팀내 수위타자 양준혁도 후반기 종아리 부상으로 2군을 오가다 복귀 후에는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계투진의 핵심인 안지만과 '선동열식 지키는 야구'의 마지막 방점 오승환도 어깨 통증으로 시즌 아웃됐다. 내야 유틸리티맨 조동찬도 8월초 롯데 포수 최기문과 충돌해 왼쪽 무릎 부상으로 고개를 떨궜고, 백업 포수 현재윤도 손가락 부상으로 한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덧붙이자면 왕년의 에이스 배영수 역시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고 1승 12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긴 후 시즌 중간 1군에서 제외됐다.
그야말로 삼성은 '차포'를 넘어 '마'까지 떼고 시즌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선동열 감독은 시즌 내내 "뭘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아쉬움 섞인 탄식을 달고 살았다. 고참의 이탈과 팀내 수위타자가 빠진 방망이 공백, 주력 불펜요원 둘의 부상으로 부하가 걸린 정현욱과 권혁, 불펜 B조(추격조)의 난감한 기량 차 등 선 감독은 시즌을 끌고오면서 굳은 인상을 펼 날이 없었다.
그나마 막판까지 4강 싸움을 벌였던 것은 신명철, 강봉규의 분투, 시즌 초 부진으로 팬들에게 욕만 먹었던 최형우, 박진만, 채태인의 부활, 크루세타와 나이트 등 용병투수의 활약 등 반가운 요소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떠나 결과적으로 삼성은 IMF 이후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가을야구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성적상으로는 기존 선수들의 뜻하지 않은 부상 공백을 메우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현역 시절과 감독 데뷔 후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선동열 감독이 처음 맛보는 쓰라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주면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으로 대한민국이 뜨거워질 때 삼성 선수단과 팬들은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느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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