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들은 골로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현역 시절 신인왕과 득점왕에 오르며 축구팬들에게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라는 착각을 심어줬던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대행. 그는 올 시즌 소속팀 제자들의 이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답답한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자극하는 등 특유의 스타일을 경기마다 표출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이는 '천덕꾸러기' 라돈치치. 19일 성남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009 K리그 24라운드를 앞두고 만난 신 감독은 대기명단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이 녀석(라돈치치)에게 잘 해줄 필요가 없다"라며 웃었다.
'외국인 공격수'라는 이점 때문인지 라돈치치가 너무 긴장감 없이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14골을 뽑아냈던 라돈치치는 올 시즌 성남으로 이적 후 24경기에서 3골2도움으로 제 몫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신 감독대행은 "과거 선배들이 너무 외국인 선수들에게 잘해줬다. 자신이 못해도 '특급' 대우를 받으니 기량이 떨어져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라며 라돈치치도 혹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 했다.
올 시즌 신 감독대행은 외국인 선수도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며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했다. 주로 상대 수비진영에서 어슬렁거리며 골을 뽑아내는데 주력했던 라돈치치는 동계훈련에서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와 수비하는 등 변화된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중, 후반으로 흐르면서 라돈치치의 이런 투쟁력 있는 장면은 사라진 지 오래다. 6강 플레이오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슬렁거리는 라돈치치가 살아나야 성남의 천마도 승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반면, 지난해 경남FC에서 기록했던 공격포인트(30경기 6골3도움)를 넘어서며 활약하고 있는 측면 공격수 김진용에 대해서는 "운이 없는 녀석"이라며 애틋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올 시즌 성남으로 적을 옮긴 후 27경기에 출전해 6골4도움을 기록중인 김진용은 몰아치기에 능한 장면을 자주 보여줬다. 그러나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오를 즈음에는 경기가 없거나 휴가 기간과 마주해 다시 하락하며 골 행진을 멈추는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이유는 김진용의 골이 대부분 승리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지난 7월 8일 컵대회에서 부산 아이파크에 2-3으로 패한 것을 제외하면 5승1패로 전적도 괜찮다.
남은 경기에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지켜내고 축구팬들을 위해 공격 축구를 선언한 신 감독은 이들의 발이 불을 뿜기를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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