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 아시안컵을 통해 핌 베어벡 당시 한국대표팀 감독은 한국축구에 플랫4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베어벡은 김치우(FC서울)-강민수(전남 드래곤즈)-김진규(FC서울)-오범석(포항 스틸러스)으로 이어지는 플랫4를 내세웠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노장 김상식(전북 현대)-손대호(인천 유나이티드)를 배치해 노련함과 투박함을 조화시켰다.
이들은 6경기를 치르며 세 골을 내줬다. 모두 조별리그에서 실점했고 결선 토너먼트에서는 단 한 골도 허락하지 않았다. 당시 김상식을 제외하면 이들의 나이는 모두 20대 초, 중반으로 A매치 경험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공격이 문제였다. 공격은 조별리그에서의 세 골을 제외하면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8강부터 3-4위전까지는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치렀다. 당시 공격의 선봉에는 이동국(전북 현대), 조재진(감바 오사카) 등이 자리했다.
베어벡 감독은 4강전이 끝난 뒤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며 아시안컵을 마친 뒤 한국을 떠났다.
우연, 또는 필연처럼 베어벡의 뒤를 이어 그해 12월 전남 드래곤즈의 선장이던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허정무 감독은 베어벡이 구축한 시스템을 적절히 이용하며 자신의 색을 내는데 주력했다. 베어벡이 데뷔시켰던 이근호(주빌로 이와타)를 박주영(AS모나코)의 짝으로 중용해 2010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 및 최종예선 무패가도를 달렸다.

수비라인도 플랫4를 기본으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데 주력하는 등 얼추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4-3-3과 4-4-2를 넘나들며 전술 운영의 다양성을 낳게 됐다. 플랫3를 기반으로 한 전술은 옵션으로 장착했다.
베어벡이 잘 알지 못하는 새 얼굴도 중용했다. 올림픽대표팀으로 활약했던 기성용(FC서울)을 과감히 발탁해 중앙 미드필더의 한 축으로 성장시켰다. 중앙 수비수에는 K리그에서 정상급으로 평가받았지만 대표팀에서 검증이 덜 됐던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이정수(교토 상가)를 주전으로 키웠다.
때문에 오는 5일 호주전은 양 감독의 전술을 간접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베어벡은 호주에서도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술을 선보이고 있다. 최종예선 8경기에서는 1실점으로 짠물 수비를 과시했다.
허정무 감독은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에 깔고, 재발탁한 올드보이 설기현(풀럼FC), 김남일(빗셀 고베)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호주를 상대한다. 베어벡이 기량에 불만을 터뜨렸던 이동국도 '조커'로 나선다.
변수는 베어벡 감독이 이들의 특성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2002 한일월드컵, 2006 독일월드컵 등 두 번이나 한국대표팀과 같이 한 역사가 증명한다. 달리 본다면 허 감독이 정작시킨 시스템과 키워온 선수들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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