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기획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친구)가 영화의 화려한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아쉬운 종영을 거뒀다.
800만 흥행 신화를 이뤘던 원작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 '친구'는 출발부터 원작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곽경택 감독은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네 친구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풍성해진 고등학교 시절의 에피소드,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등으로 영화와 차별화된 이야기를 그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 흐름과 '내가 니 시다바리가?' '우리 친구 아니가' '네가 가라 하와이' 등 '친구'의 명대사와 명장면도 고스란히 차용, 영화의 연장선에서 시작하겠다는 의도도 분명하게 밝혔다.
원작과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영화 '친구'의 향수를 살려 시청자들을 안방으로 끌어들일 계산도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드라마 '친구'는 영화의 이름값을 톡톡히 보며 방영 전 관심몰이에는 성공했지만 막상 두껑을 열어본 뒤에는 시청률 참패를 겪었다. 방영 내내 줄곧 한자리수 시청률을 거둔 것.
이같은 시청자들의 냉담한 반응에는 영화를 드라마로 옮기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폭'이라는 소재 때문에 수위가 높았던 폭력성을 드라마에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칼로 사람을 찌르는 장면 등으로 인해 '친구'는 19금(禁) 등급을 받았고 첫방송에서 일부 화면이 모자이크 처리 되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친구'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모자이크의 전설'로 불릴만큼 속상했던 부분이다.
80년대 이야기 역시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보다 과거의 가치관에 머물고 있다는 반응도 많았다. 가볍고 쉽게 진행되는 최근의 트렌드 드라마와 달리 다소 무겁고 칙칙한 분위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했다는 반응도 더해졌다. 또 영화와 비슷한 이야기 짜임새가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렸다는 지적도 많았다.
여기에 심야시간대의 한계와 '찬란한 유산' 등 막강한 경쟁 드라마와 편성 시간이 맞물리는 불운 등으로 초반 시청률 자리잡기에 실패하면서 결국 불운의 드라마가 됐다.

그러나 '친구'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송 당시 우려를 모았던 현빈과 김민준 등은 원작 장동건과 유오성의 캐릭터를 벗어내고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했다. 드라마 전개가 진행될수록 배우들에게는 '명품 연기'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절친한 선배 장동건에 대한 많은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현빈은 거친 카리스마 속 외롭고 쓸쓸한 내면을 품고 있는 '동수'를 잘 표현하며 한층 더 성숙해졌다는 평이다.
사전 제작으로 인한 높은 작품 완성도와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등도 시청률에 가려져 제대로 된 평가 받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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