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로 마냐나(Manana)가 내일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정말 큰일 나요."
피스컵 조직위원회 김좌우태 부총장은 '2009 피스컵 안달루시아'를 위해 스페인에서 손과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뛰어다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습성에 젖어있는 김 부총장은 스페인 사람들의 여유로운 일처리에 속을 태운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가지 부탁을 하면 한국에서 하루 이틀 안에 끝날 것들이 스페인에서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조직위 내에는 스페인 직원들도 있다. 이들은 한국을 벗어나 처음 치르는 피스컵의 성공적인 해외 안착을 바라는 조직위의 필수 인력이다.
그러나 스페인어와 영어, 스페인어와 한국어, 또 스페인어만 할 줄 아는 직원 등 여러 부류가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업무 속도가 상당히 떨어진다고 김 부총장은 전했다. 회의 시간만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안달루시아 주 정부 관계자 등 대회 운영을 위해 현지인들과 만날 때 자주 듣게 되는 단어 '마냐나'는 공포 그 자체다. '내일' 혹은 '내일 (일을) 해주겠다'라는 뜻이지만 특정한 날짜를 지정하지 않은 막연한 미래를 지칭하기 일쑤여서 일처리가 언제 될지 알 수조차 없었다.
그래도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지 스타일에 맞춰주는 것이 예의. 김 부총장은 "스페인의 여름은 한낮에 40도가 넘어가 '시에스타(Siesta-낮잠)'를 한다. 느긋한 점심식사에 오후 낮잠까지 즐기는 문화에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지금은 괜찮다"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페인 직원들이 그 나머지 시간에 일을 해내니 뭐라고 할 수 없는 일. 새벽 1~2시에 잠들고도 오전 8시까지 사무실로 여유롭게 출근해 차분하게 업무를 처리한다고. 또, 현지 직원들이 한국인의 습성에 서서히 동화돼 웬만한 일은 눈치코치로 알아채 일을 처리하고 있으니 다행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지 적응에 성공한 피스컵 조직위 국내 직원들은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 등을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져 대회에 참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안달루시아 주 정부는 조직위가 경기 운영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경기장 사용이나 심판 수급 등 세세한 부분을 직접 돕고 있다.
전혀 다른 문화에서, 그것도 여전히 축구 변방으로 인식되는 한국·한국인들이 특유의 속도전과 끈질김을 앞세워 피스컵을 스페인에 잘 녹아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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