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아진 인기만큼 사생활은 괴롭다?
톱스타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올 시즌 두산 신인인 '아기곰' 정수빈이 토로한 기분좋은 고충이다. 요즘 들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팬들의 휴대폰 문자 세례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난 17일 잠실 KIA전에 앞서 정수빈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활기차게 몸을 풀었다. 열심히 치고, 달리고, 잡는 동안 정수빈은 구슬땀을 흘렸고, 덕아웃에서 김경문 감독은 흐뭇하게 이를 지켜봤다.
김경문 감독은 이종욱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는 정수빈을 두고 "저 녀석이 세계대회(2008년 캐나다 애드먼턴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서 왼손가락이 부러졌는데도 참고 뛰었다고 하더라. 프로에서는 순하기만 해서는 안되거든, 얼굴은 순하지만 속은 강해"라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정수빈에 대한 최종평가는 "시즌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미뤘지만.
이렇듯 김 감독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정수빈은 올 시즌 두산팬들의 사랑도 독차지하고 있다. 국가대표 톱타자 이종욱이 수비 도중 김재호와 충돌해 한 동안 치료에 몰두해야 되는 불운 속에 정수빈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았고, 신인으로선 잡기 힘든 기회를 맞아 그야말로 '펄펄' 날아다니고 있다.
이종욱이 엔트리에서 빠진 이후 6월 3일부터 지난 17일까지 그의 성적은 53타수 20안타, 타율 3할7푼7리에 달한다. 톱타자로 나서는 통에 타점은 1점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12득점을 기록하는 등 정수빈은 고졸 신인으로서는 뛰어난 활약을 펼쳐 내심 신인왕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대표 '아기곰'으로 사랑받았던 김현수가 '동생'을 돌보는 모습까지 여러 차례 노출되면서 정수빈은 두산의 귀염둥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세상 일에 빛과 그림자는 있는 법. 최근 높아진 인기에 정수빈은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톱스타의 고충(?)을 경험하고 있다. 바로 쉴 틈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과 꽉 채워진 휴대폰 문자 수신함 때문이다. 답장을 일일이 보내자니 밤에 쉬지를 못하겠고,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괜히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는 것.
정수빈으로서는 생면부지의 팬들이 응원해준다는 사실이 감사하지만, 쏟아지는 연락(?) 탓에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니 본인도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정수빈은 "도대체 제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문자가 너무 많아요. 도저히 답을 안해줄 수 없는 문자까지 와서 고민이에요. 선물을 보내주신 팬들이 잘 받았냐고 문자가 오면 답을 안해줄 수도 없고 난감하잖아요"라며 "그래서 아예 휴대폰을 잊고 살기로 했어요. 제 나름 선을 그었답니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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