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부임한 뒤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쌍용' 기성용(20), 이청용(21, 이상 FC서울)을 비롯해 투톱 박주영(24, AS 모나코), 이근호(24, 주빌로 이와타) 등 20대 초, 중반의 선수들이 젊음을 무기로 24경기 무패행진(12승12무)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는 '올드보이'들의 입지를 좁게 했다.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의 맹활약과 그의 파트너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김정우(27, 성남 일화), 조원희(26, 위건 애슬레틱)는 괜찮은 호흡을 보여주며 '진공 청소기'로 불리던 김남일(32, 빗셀 고베)의 존재를 잊게 했다.
이청용 역시 마찬가지. 설기현을 뛰어넘은 이청용은 올 시즌 K리그에서 5골 4도움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평가와 함께 '올드 보이' 중 유일하게 대표팀 승선에 성공한 최태욱(28, 전북 현대)도 벤치로 밀어냈다.
박주영, 이근호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격 자원인 안정환(33, 다롄 스더), 조재진(28, 감바 오사카) 등 2006 독일 월드컵을 경험했던 '형님들'이 대표팀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선참급 선수들도 공수에서 조율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7 아시안컵에서 음주 파문으로 대표팀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았던 골키퍼 이운재(36, 수원 삼성)는 지난해 11월 19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3차전에 복귀해 나이프 하자지의 시뮬레이션 액션에 속지 않고 재빨리 발을 빼며 그의 퇴장을 유도하는 등 2-0 승리에 공헌했다.
이운재는 방어만 하지 않았다. 후방에서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가며 플랫4 수비를 안정화시키는데 집중했다. 그는 6경기에서 단 2실점만 하며 '거미손'의 위력을 뽐냈다. 두 차례 월드컵을 경험한 주장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32,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존재만으로도 힘이 될 뿐 아니라 누구보다 성실하다.
신구조화가 익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표팀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생각이다.
허 감독은 지난 15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의 인터뷰에서 "세대교체는 선참 선수들을 물러나게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 중용할 수 있다"라며 경쟁은 현재 진행형임을 분명히 했다.
즉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계속 인식하는 가운데 대표팀의 수준을 높이는데 '선수 중용'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허 감독의 생각이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올 시즌 K리그에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이번 최종예선 3연전에 선발되지 못했던 '올드보이'들에게 기회가 다시 올 수 있다는 희망을 안길 수 있다.
6골 1도움을 기록하며 광주 상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최성국(26)은 전반기 내내 "지금보다는 꾸준히 잘해서 마지막에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남아공행 꿈을 꾸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허 감독은 최종예선 북한과의 첫 경기에서 '올드 보이'들을 활용했다 낭패를 본 기억이 있다.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임대로 K리그 수원 삼성에 유턴했던 이천수(28, 전남 드래곤즈)를 선발해 북한전에 투입했다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K리그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인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골을 넣으며 부활의 기미를 알렸고 허 감독도 그를 믿고 선발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후반 16분 최성국을 대신해 교체로 들어갔던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젊은피' 기성용의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북한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며 최종예선을 시작할 수 있었다. 큰 무대에서 반드시 필요한 경험, 그리고 실패 사례에서 얻은 교훈...허 감독이 '올드보이'의 '중용'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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