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아저씨'든 뭐든 편하게 불러주세요."
90kg의 체중, 193cm의 장신에 어울리는(?) 긴 턱은 SK 새용병 투수 카도쿠라 켄(36)이 지닌 신체적 특징 중의 하나. 그가 SK에 입단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으나 카도쿠라는 SK 팬들 사이에서 '명물'이 된 지 오래다.
카도쿠라는 지난 23일 문학구장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3차전에 선발 등판, 6.2이닝 동안 6안타 1실점 4탈삼진을 기록하며 승리를 따냈다. 한국데뷔 첫 승과 개인적으로 625일(요미우리 시절이던 2007년 8월7일 이후)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본 카도쿠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긴 턱을 만지작거리는 그의 모습에서 '1승'이 갖는 의미가 더욱 크게 전해져왔다.
보다 빨리 한국 야구에 적응하고 팬들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일까. 카도쿠라는 "턱 아저씨든 뭐든 편하게 불러달라"며 "그것으로 팬들에게 친근감이 생긴다면 뭐라고 불러주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2의 야구인생'을 이루기 위해 한국땅을 밟은 카도쿠라는 지금까지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2경기에 등판, 13.2이닝 동안 1승무패, 탈삼진은 9개를 잡았다. 평균자책점 0.66을 기록 중으로 지난해 히어로즈 마무리투수로서 좋은 활약을 했던 다카쓰 신고(41)에 이어 일본인 선수 전성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카도쿠라는 "다카쓰 선수가 한국에 와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다. '제2의 야구인생'을 연다는 생각보다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의욕이 더 앞선다. SK는 V2를 달성한 강팀이다. 한 경기 한 경기, 내가 가진 피칭 역량을 발휘해 팀 승리에 공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카도쿠라는 28일 잠실구장서 열리는 두산전에 선발 등판이 예고됐다. 1-2위가 맞붙는 중요한 경기여서 어깨가 무겁다. 카도쿠라가 이날 2승째를 수확한다면 성공적인 한국 프로야구 정착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게 된다.
카도쿠라와 '턱' 이야기
카도쿠라는 '긴 턱' 때문에 많은 별칭이 붙어있다. '턱 아저씨', '모아이상(이스터 섬에 있는 사람 얼굴 모양의 석상)' 등이다. 턱 길이 만큼은 일본 프로야구계를 통틀어서도 가장 길다고 자부해왔다. 실제 일본에서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보다 얼굴이 긴 야구 선수에게 질투의 말을 던지기도 했다. 한 예로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기요하라 가즈히로(전 오릭스)와 얼굴 길이 측정 대결(?)에서 패하자, 카도쿠라는 울분을 토했다고. 또한 그는 얼굴 부위 X-레이 촬영 시 턱이 전부 들어가지 않았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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