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텐디드 존'... 일명 'X-존'으로 불리는 '축소 펜스'가 대역전 드라마의 토대가 됐다. 이를 원했던 LG 김재박 감독은 쾌재를 부르면서 잠실 라이벌 두산을 꺾고 한국 야구사에 남을 명경기를 연출했다.
LG는 10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서 5회까지 0-5로 뒤지던 상황을 뒤집고 9회말 페티자니의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8-5로 승리했다.
그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다. 6회초 페타지니의 솔로포와 조인성의 투런포로 3-5까지 쫓아간 LG는 8회초 또 다시 페타지니가 2연속 솔로포를 작렬시키며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리고 운명의 9회말, LG는 긴장한 두산 마무리 이용찬과 3루수 김재호의 뼈아픈 송구실책으로 1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었고, 2연타석 홈런을 쳐낸 페타지니가 이용찬의 4구째 가운데로 몰린 146km짜리 빠른 직구를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대형 역전 만루포(비거리 130m)로 승부를 매듭지었다.
페타지니는 생애 최초의 3연타석 홈런에 한국 프로야구 통산 3번째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이라는 기록을 작성하며 야구 인생 최고의 밤을 보내게 됐다.
그런데 면면을 살펴보면 이는 LG가 올 시즌부터 홈경기에서 운영하는 'X-존'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6회초 페타지니가 쏘아올린 첫 홈런은 우중간 담장을 살짝 넘기는 120m짜리 'X-존' 홈런이었다. 그리고 8회초 두번째 솔로포 역시 가운데 'X-존'에 떨어지는 달콤한 홈런이었다.
사실 이 공간이 없었더라면 페타지니의 2연타석 홈런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플라이로 잡히거나 혹은 2루타 정도로 마무리될 타구였다. 하지만 앞당긴 펜스 덕에 페타지니의 타구는 거푸 홈런이 됐고, 그 결과 대역전승을 이끄는 중요한 징검돌이 됐다.
이날 두산도 X-존의 은혜(?)를 입었다. 1회초 임재철이 친 투런포가 좌측 담장의 X-존에 떨어지는 홈런이었다.
하지만 최후의 수혜자는 두산이 아니라 '주인' LG였다. 이날 김재박 감독은 그토록 원했던 '홈런쇼'를 팬들에게 선보였고, 또 짜릿한 승리까지 거머쥐는 최고의 결과를 손에 넣었다. 시즌 전 김 감독이 예상한 경기가 이날 그대로 펼쳐진 것이다.
X-존... 두산의 대역전패를 통해 올 시즌 LG와 원정경기를 하는 팀들은 이 부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페타지니와 김재박 감독은 전략의 성공을 체험하면서 행복한 밤을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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