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피곤한 모습이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세계 강호들을 연파한 뒤 '희한한 대진일정'으로 결승전서 5번째 만난 일본에 3-5로 석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쉴 새 없는 일정으로 25일 늦은 밤 귀국했다.
지난달 15일 하와이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WBC 대회 체제에 돌입한 다음 '39일의 대장정'을 치르고 나서 귀국한 터라 대표팀 선수단은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 야구를 다시 한 번 세계 정상권에 올려 놓으면서 '세계적 명장' 반열에 올라선 지휘력을 선보인 김인식 감독의 얼굴은 유달리 초췌해 보였다.
귀국하자마자 인천국제공항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인식 감독은 "우승을 이끌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전했다.
이어 김 감독은 "결승전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아쉬웠다. 그것도 이치로한테 안타를 맞고 졌다는 게 분해서 귀국하기 전날 밤에 한숨도 못잤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김 감독은 "이번 결승전에 나선 심판들이 가장 실력이 떨어졌다"며 대회 기간 내내 꾹꾹 참고 있었던 판정에 대한 불만스런 속내도 꺼내놓았다.
그 동안 어떤 일에도 별 동요없는 표정으로 대표팀을 진두지휘하던 김인식 감독이었지만 이번 WBC 결승전에 대한 아쉬움은 무척이나 크게 가슴에 사무쳤다는 느낌을 주는 발언들이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던 박찬호, 이승엽이 빠지면서 대회 전부터 많은 걱정을 했는데 젊은 선수들이 그 공백을 잘 메워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밝게 웃었다.
지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는 말을 던지고 대표팀을 한데 뭉치게 했던 '국민감독'의 위대한 도전은 어쩔 수 없이 북받치는 아쉬움 속에서도 이렇게 미소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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