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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1.5군으로 챔피언스리그를? 울산이 안겨준 '2%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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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AFC 챔피언스리그]한국 축구의 위상 높이기 위해 최선 다해야

2006년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던 전북 현대에는 '역전의 명수'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얇은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매번 열세의 경기를 뒤집으며 축구 보는 맛을 제공했다.

당시 '현대가(家)'의 형님이었던 울산 현대도 4강까지 진출하며 승승장구했다. 동생 전북에 일격을 당하며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누가 올라가도 우승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2006년 얇은 선수층으로 '역전'의 기쁨을 제공했던 전북 현대

이듬해부터 일본 J리그의 공습이 시작됐다. 전년도 우승팀 자격으로 8강에 자동 진출한 전북은 우라와 레즈에 2패로 무릎을 꿇었다. 그래도 우승을 맛 보며 아시아 정상이라는 명예를 얻었던 전북은 최상의 선수로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우라와를 상대했다.

우라와에 패한 충격으로 전북은 K리그에서 막판 힘을 잃으며 정규리그 8위로 마감했다.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누구 하나 전북의 실패를 비난하지 않았다.

전북 관계자들은 만날 때마다 아시아 정상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장거리 원정과 광적인 팬들의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축적된 경험으로도 다시 해봐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남 일화를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고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북을 만나 패한 뒤 자진 사퇴했던 김학범 전 감독은 고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2004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가장 아쉬운 경기"라고 회상한 바 있다.

당시 성남은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에 3-1로 승리하고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0-5로 대패했다. 이 충격으로 고인이 된 차경복 전 감독은 사퇴했고 코치였던 김학범 전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김 전 감독 체제로 성남은 2007년 우라와와 4강에서 만나 2무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패해 아시아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같은 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뒤 포항 스틸러스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2패를 하며 챔피언스리그 탈락 후유증에 시달렸다.

챔피언스리그는 동네 축구가 아니야!

지난해 포항, 전남 드래곤즈가 AFC챔피언스리그에 도전했지만 국제 경기 경험 부족과 이른 포기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K리그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국내 축구팬들의 마음을 쓰리게 했다.

K리그가 떨어져 나간 지난 2년간 아시아 무대는 J리그의 독주였다. 우라와 레즈(2007년), 감바 오사카(2008년)가 연속 정상을 차지하며 아시아 축구의 주류는 일본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K리그지만 전북, 성남의 과감한 도전은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올 시즌 새롭게 개편된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4장의 출전권을 받았다. 특히 조마다 일본팀이 끼면서 클럽 대항전이 국가 대항전 성격으로 확대,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초반 두 경기 성적으로 쉽게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보여주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한국 축구가 쉽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울산의 경우 김호곤 감독이 경기 일정이 빡빡하다며 챔피언스리그에 1.5군 선수 구성으로 내보내겠다고 했다.

김 감독의 전략대로 울산은 17일 호주 뉴캐슬 제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염기훈, 유경렬, 오장은, 김영광, 이진호, 조진수, 알미르, 슬라브코 등 공수의 핵을 모두 빼고 나서 0-2로 완패했다. 2패가 된 울산은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이 서서히 짙어지고 있다.

K리그의 경쟁력 상승은 아시아 축구의 주도권 싸움과도 연결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세계적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는 데 익숙해 져야 한다'는 FC서울 세뇰 귀네슈 감독의 말에서 '선수'를 '팀'으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

챔피언스리그가 '동네 축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최고의 선수로 구성해 장렬하게 탈락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얇은 선수층을 극복하는 것도 경험 축적이자 큰 공부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는 5월에 종료된다. 6강 PO라는 반전 가능한 제도가 있는 만큼 국내리그 성적을 만회하기에 늦지 않은 시기다. 축구를 소비하는 팬들에게 허무함을 안겨주는 것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낫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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