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부산 아이파크의 골문을 책임지며 U-20(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도 승선한 골키퍼 이범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부산 시민들이 얼굴을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작년에 (안)정환이 형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알아보더라. 피곤하겠지만 꼭 그렇게 되고 싶다."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구단에 몸담고 있는 만큼 축구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의욕을 나타낸 것이다.
야구의 도시로 불리는 부산에서 축구가 뿌리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산 지하철 3호선만 해도 사직역과 종합운동장역에는 각각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홈구장, 프로농구 부산 KTF 홈구장이라고 괄호로 친절하게 표기되어 있다.
종합운동장역에 진입할 때는 KTF의 가드 신기성이 상냥한 목소리로 홈구장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부산 아이파크의 홈구장이라는 표시나 목소리는 찾거나 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부산의 일부 축구팬들은 "부산에서 축구팬 하기 힘들다. 마케팅 좀 제대로 해라"라며 구단 프런트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구단이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거대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 가변좌석을 설치해 좀 더 가깝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매년 해운대 백사장에서 비치사커 대회를 열어 선수들의 얼굴을 알리는데 애써왔다. 10년 전 유니폼을 입고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보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효과를 봤는지 부산은 지난해 정규리그 13경기에서 10만7천830명이 입장해 평균 8천295명으로 2007년 대비 65.5%나 관중이 늘었다. 한국을 대표하던 공격수 황선홍이 사령탑에 앉고 '반지의 제왕' 안정환을 영입한 효과 등의 측면이 강했지만 꾸준히 홍보한 결과이기도 했다.
올 시즌 첫 홈경기를 앞두고 부산은 오는 12일 오후 6시 지하철 1호선과 3호선의 환승역인 연산동역 내 공연 마당에서 팬들과 선수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팬 사인회를 연다.
서른이 다 된 나이에 대표팀에 발탁된 정성훈을 비롯해 김창수, 서동원, 이강진과 울산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각각 영입한 양동현과 호물로 선수가 부산 팬들에게 첫 인사를 한다.
연산동역 내에서 진행되는 팬 사인회는 부산교통공사와 파트너십 제휴관계로 특별히 성사됐다고 부산 구단은 밝혔다. 이를 통해 지난해보다 더 많은 관중 증가를 노리고 있다.
부산의 한 관계자는 "인천과의 첫 경기에서 0-1로 패하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황선홍 축구의 참모습을 확인했으면 좋겠다"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하철역에서부터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는 부산은 오는 15일 오후 전남 드래곤즈와 홈 개막전(부산 MBC 생중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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