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LG 트윈스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미스터 LG' 서용빈(38)이 적막한 '챔피언스 파크'(구리 LG 2군 훈련장)에서 코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예전 선수 시절의 화려했던 명성과는 달리 조용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다.
서용빈은 1994년부터 13년간 LG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면서 김재현, 유지현과 LG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지난 2006년 9월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일본 주니치 구단서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지난해부터 팀내 스카우트와 전력분석원을 거치며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서용빈의 본격적인 코치 생활은 올 1월부터였다. 은퇴 이후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서용빈은 구단으로부터 이례적인 2년간의 연수 지원을 받은 뒤 지난 1월부터 2군의 정식 타격육성코치로 본격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외박? 잘 가르치려면 당연한 일올 시즌 LG는 '명가재건'을 위해 야심차게 칼을 뽑아든 상황이다. FA 선수였던 이진영과 정성훈을 영입하면서 탄탄한 라인업 구축에 '올인'했고, 전지훈련도 웬만한 유망주까지 모두 포함시켜 사이판으로 떠났다. 때문에 현재 구리에 위치한 LG의 2군 경기장인 챔피언스 파크에는 올 시즌 실전 투입용 선수보다는 수년 후 미래를 내다보는 선수들이 주로 잔류해 있다.
현재 구리에 남아있는 선수들은 오전 웨이트-오후 그라운드 훈련-저녁 실내 타격 훈련이라는 혹독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기본적인 팀스케줄에만 따라도 숙소에 들어가면 밤 9시에 가깝다. 조금이라도 의욕이 있는 선수들은 숙소에 돌아와서도 바로 개인훈련에 들어가니 서용빈 코치도 이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결국 의욕 넘치는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열중하다보면 밤이 늦어져 외박을 하는 경우가 잦다.
서용빈 코치는 "훈련이 계속 이어집니다. 오전에 웨이트하고 오후에 훈련하고, 저녁에 실내훈련하고 나면 저녁 늦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경우, 집에 돌아가지 않고 숙소에서 자는 경우도 많죠"라면서 코치 데뷔 첫 해의 고충을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 코치는 생활적인 불편함보다는 지도자로서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잔류 선수들이 신고선수 출신 신인들이 많기에 조금만 가르쳐주면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임 코치로서의 뿌듯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 코치는 "사실 본격적으로 코치로 나선 것은 몇 개월 되지 않았잖아요. 아직 코치로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말하기 이른 것 같아요. 다만, 아이들 가르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더 열심히 가르쳐봐야죠"라고 싱긋 웃었다.
'미래'를 담당하게 된 서 코치의 책임감현재 서용빈 코치는 전지훈련에서 탈락된 잔류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봐주고 있지만, 이후에는 루키급 신인 야수들의 타격훈련을 총괄하는 임무도 담당할 예정이다. LG는 올해 지명선수를 제외하고 신고선수만 15명 이상 뽑을 정도로 선수단 인원을 늘렸다. 때문에 사이판에서 함께 훈련하고 있지만 귀국 후 1군 엔트리에서 떨어져나가는 인원만 무려 22명에 달한다. 현재 구리에 남아 있는 선수들과 합쳐지면 그 인원은 야구팀 2개를 만들고도 남을 정도다.
이런 탓에 김영직 2군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당장 1군 백업요원이 될 선수들과 아직까지는 좀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 선수들을 나눠 2군 선수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더욱 발전이 필요한 선수들 가운데 야수조는 서 코치가, 투수조는 성영재 코치가 특별 관리하게 된다. 코치로서의 실전 경험(?)을 검증받는 임무이기에 사실 서 코치도 부담감은 적지 않다.
하지만 서 코치는 아직까지는 젊은 선배로서의 친밀감을 강조하며 '한 번 해보자'고 팔을 걷어붙일 태세다.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구단 내에서 최하위급 선수들을 제대로 키워볼 심산이다.
한규식 2군 매니저는 서 코치의 지도 스타일에 대해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같이 훈련 비디오를 보면서 상의할 정도다. 독단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대화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LG의 전성시대를 주름잡았던 서용빈. 이제 지도자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어떻게 설계해나갈 지, 차세대 LG의 지도자감으로 낙점받은 그의 활약이 구단의 밑거름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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