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아이' 박성현은 이제 애교많은 아내가 되었다. 듬직했던 대한민국 궁사의 맏형 박경모는 여전히 듬직한 남편이 되었고.
'TEN'을 부르는 활시위를 당기듯 서로의 마음에 '큐피트의 화살'을 쏜 양궁 금메달 커플 박경모(34, 공주시청)와 박성현(26, 전북도청)은 지난해 12월 웨딩마치를 울리고 부부가 됐다.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베이징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딴 후 깜짝 결혼 발표로 전 국민을 놀라게 했던 이들 커플은 이제 몰래 키워왔던 가슴 콩닥거리던 사랑을 업그레이드시켜 행복한 신혼의 모습으로 결혼 후 첫번째 설을 맞았다.
두 사람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감 속에서 '지름 12.2cm'의 10점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선수들이다. 특히 박성현이 과녁을 바라보는 냉정한 눈빛은 '콜드아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매섭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발랄하고 애교만점인 박성현은 결혼 후 새색시가 되면서 남편 박성모를 향해 애정 담긴 눈길을 쏘아보내느라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는 설인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운동하느라 요리 배울 시간이 없어서 명절음식 만드는 건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결혼 후 첫 명절이라 기대됩니다."
미래의 꿈인 선생님을 위해 대학원 생활과 대표팀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박성현이기에 '신부수업'의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점은 신랑에게 늘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그녀는 "오빠(남편을 아직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에게 미안한 부분도 있죠"라며 처음 맞는 설 명절에 대해 살짝 걱정을 털어놓았다.
사실 둘은 결혼 후에도 신혼의 단꿈을 마음껏 꿀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박경모가 공주시청의 감독을 겸직하게 돼 지도자의 길과 선수생활을 병행해야 했으므로 더 바빠졌다. 소속팀마저 달라 신혼살림을 차린 대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은 적었고, 주말부부로 만나야 했던 때도 잦았다.
그럼에도 박성현은 "설 때는 항상 대표팀 전지훈련 때문에 외국에서 명절을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선수촌 입촌이 늦어지는 바람에 전지훈련을 가지 못하고 정말로 오랜만에 오빠 집에서 설날 아침을 보낸 뒤 친정인 군산으로 갑니다"라며 '오빠'와 함께 하게 된 설에 대한 기대감을 미소에 실어 나타냈다.
벌써부터 '잉꼬부부'로 소문난 이들이지만 국가대표 합동훈련에 돌입하면 둘은 또 생이별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함께 보낼 설이 진정한 명절의 의미로 다가온 듯했다. "정말로 오랜만에 명절다운 명절을 보내게 됐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명절이 끝난 후 태릉 선수촌에 입촌해 다시 훈련에 들어가요."
커플의 공통된 목표는 우선 3월에 시작되는 대표 선발전을 최종 통과하는 일. 이후 9월에는 울산에서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은 기억 저편으로 흘려버리고 또 새로운 목표를 향해 활 시위를 당겨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제 공개적으로 '내조'와 '외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달라진 점.
박성현은 "지난 8년간 남몰래 연애를 했고, 결혼까지 해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대에 서면 다시 '콜드아이'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듯 설맞이 새해 각오를 전했다.
"작년 한 해는 저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준 한 해였습니다. 지금 뒤돌아 보면 후회되는 점과 아쉬운점도 많은데요... 그러나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정말로 후회되지 않는 한 해를 보내려고 해요. 올해는 울산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있습니다. 물론 선발전도 다시 시작합니다. 잘 준비해서 올해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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