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한 겨울 잠실구장에 위치한 두산 실내 훈련장에서 손시헌(28)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내년 시즌 부활의 서곡을 울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성공적인 부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루도 훈련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
전역 이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매일 훈련 삼매경에 빠져있는 손시헌에게 이번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기다. 2년간의 군생활 끝에 팀에 복귀했지만 2005년 골든글러브 출신 유격수에게도 마음 편히 보장된 주전 자리는 더 이상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뒤처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옭아아매면서 손시헌은 11월 10일 전역하자마자 이튿날부터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고, 바로 '프로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2006년과 동일한 1억3천만원에 일찌감치 연봉 계약을 마치고 본격적인 2009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손시헌.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봤다.
About 군생활...신고선수 출신인 손시헌은 지난 2005년이 기량의 절정기였다. 손시헌은 2005 시즌 당시 강한 송구를 바탕으로 한 그물망 수비, 그리고 2할7푼6리의 유격수로선 고타율을 과시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또 그 공로를 인정받아 그 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2006년 시즌 이후 최고의 전성기 때 상무로 입대했고, 지난달에야 상무서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다시 민간인(?)으로 복귀했다.
물론 상무가 참가하고 있는 2군 리그서도 손시헌은 맹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손시헌은 2군 북부리그서 66경기 출장, 3할2푼8리(238타수 78안타) 7홈런 40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히 식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아직 제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군대 생각이 별로 나질 않네요. 사실 상무서의 생활이 제게 큰 도움이 됐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상무 생활과 프로 생활은 엄연히 다르고, 결국은 중간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깥(손시헌은 이렇게 표현했다)은 상무시절과는 많이 달라서 새로 적응해야 하거든요. 다만, 부상 없이 몸관리에 집중 잘했다는 점에서는 큰 수확이었다고 봅니다."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손시헌이지만 아직 내년 시즌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는 정하지 못했다. 바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싶은 염원이 가득한 손시헌은 국가대표 발탁 문제가 확정된 후에야 본격적인 시즌 목표 설정에 나설 생각이다. 이전에도 최종 후보에서 탈락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국가대표'라는 가슴 떨리는 직위에는 여전히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시즌 구체적인 목표는 연말을 지내고 세우려고 합니다. 아직 WBC 엔트리 확정이 안됐잖아요. 그 결과를 보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요. 뽑아만 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대표팀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선수들과 함께 세계의 선수와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국위 선양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많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나중에 두산이 큰 경기를 치를 때 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주전 유격수...두산은 올 시즌 손시헌의 복귀와 함께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하면서 그야말로 내야 포지션을 놓고 피말리는 자체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김동주의 일본행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고영민까지 건재하니 현재 두산 선수들은 1루와 유격수 포지션을 놓고 무려 5명이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다. 이에 대해 손시헌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무에서 군생활을 하느라 프로 공백기가 있는 손시헌은 후배에게 밀려날까봐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다들 잘하니 걱정이 많이 됩니다. 프로 생리상 못하면 뒤처지는 게 당연하니 최대한 기량을 끌어올리면서 부딪혀볼 생각입니다. 경쟁자들이 땀 흘리고 있는 것 당연히 알고 있죠. 좋은 경쟁이 될 것 같아요. 선수들은 괴로울 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다들 기량이 향상되는 것은 좋은 일이니 열심히 해야죠."
변화...손시헌은 2005 시즌 당시 빠른 발놀림과 강한 송구로 차세대 대한민국 대표 유격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그는 역동작 송구가 많은 유격수에게 큰 장점인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어 코치진을 흐뭇하게 했다. 2006년 올스타전 '타자 스피드킹' 대회에서 시속 145km의 빠른 공을 뿌린 손시헌이기에 팬들은 그의 속시원한 플레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강한 어깨를 내세운 수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수비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손시헌은 사교적인 성격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다같이 모여 얘기하는 것을 즐긴다. 본인 역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인정할 정도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 대한 얘기로 화제가 옮겨가면 눈빛이 변한다. 2년간의 공백을 메우고 완전히 프로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귀환'을 준비하고 있다.
"경쟁 선수들은 나보다 나이가 적잖아요. 상대적으로 제가 기회가 적으니 확실히 (주전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이제부터 매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임할 거에요. 팬 여러분들, 군생활 하는 동안에도 많은 응원 해주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시즌 후 웃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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