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올림픽 한국전 패전투수는 지금 어디에...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가지만 마음 속 상처가 아물지 않는 선수가 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이승엽에게 통한의 결승홈런을 허용했던 이와세 히토키(34, 주니치) 얘기다.
투수부문 최고연봉을 받고 힘차게 올 시즌을 시작했던 이와세. 시즌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그는 여전히 올림픽 당시의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일본 스포츠 전문지 '데일리스포츠' 인터넷판은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첫 4년 연속 30세이브를 올린 이와세가 야구에 대한 생각은 (당분간) 접었다"고 전했다.
올 시즌 육체적인 피로 이상으로 베이징올림픽서 '노메달'에 그친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심해, 이와세는 당분간 야구 생각 없이 마음을 추스르는 데 전력하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내년 3월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불참을 선언한 이와세다.
'데일리스포츠'는 이와세의 현 상태에 대해 "베이징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8월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중국땅은 일본 대표팀의 '맏형급'이었던 이와세에겐 지옥과도 같았다. 8월 16일 한-일 예선리그서는 9회 한국대표팀 막내타자 김현수에게 중전 적시타를 두들겨맞고 마운드에 주저앉았고, 22일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한국전에서는 이승엽에게 역전 투런포 KO펀치를 맞고 넉다운 됐다.
두 차례나 쓴 맛을 본 이와세는 자신 때문에 '노메달'에 그쳤다는 생각에 좀처럼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선전 3경기서 7실점이라는 부진을 면치 못한데다 특히 중요한 한국전서는 두 차례 모두 결승타를 맞았으니, 그 심정을 헤아릴 만도 하다.
이와세는 "올해는 정신적으로 정말 지쳤다. 원인은 역시 (베이징) 올림픽인 것 같다. 오프시즌에는 몸과 함께 마음을 쉬게 해주고 싶다. 야구생각은 일체 배제한 생활 리듬으로 마음 속 먼지를 떨어내고 싶다"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와세 히토키는 누구?
1999년 주니치에 입단한 이와세는 일본을 대표하는 또 다른 마무리투수 후지카와 규지(한신)와 달리 정교한 컨트롤로 승부하는 스타일. 독특한 폼에서 뿌리는 정평난 슬라이더는 입단 이래 10년 연속 50경기 이상을 소화해낸 원동력이 됐다.
이와세의 올 시즌 연봉은 4억3천만엔. 요미우리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33)가 받았던 투수 최고 연봉 4억2천만엔을 뛰어넘었다.
마무리 전향 2년차이던 지난 2005년 10월1일 히로시마전(나고야돔)에서 일본 최다 세이브 기록인 '46세이브'를 기록했고, 264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피홈런 '0'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올해까지 4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으며, 2007년에는 주니치를 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어 '도아게 투수(우승 후 헹가래를 받는 투수)'가 되기도 했다.
이와세의 목표는 1천경기 등판과 방어율 1점대를 유지하는 것. 올 시즌 적잖은 충격을 받은 그가 몸과 마음을 추슬러 내년에도 마운드서 큰 활약을 보여주기를 주니치 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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