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다."
서른여덟의 젊은 감독이 노쇠한 성남 일화에 개혁의 칼을 들이댈 수 있을까.
성남 일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신태용(38)이 명문 구단으로의 재건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며 전임 김학범(47) 감독의 후임으로 감독대행에 선임돼 1일 취임 기자회견을 했다.
신태용 감독대행은 이날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감독대행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얼떨떨하다. 잘 맡아서 이끌고 나갈 수 있을지 긴장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김호, 김정남 대선배와 같은 감독이라 죄송"
2년간 계약을 한 신 감독은 1년간 '감독대행' 꼬리표를 달고 그라운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규남 사장은 "1~2년 내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1년 정도 감독을 수행하고 대행을 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도 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배울 것이 많다. 김호, 김정남 등 대선배들이 감독을 하고 계시는데 같은 감독이라 죄송하다"며 겸손함을 표시한 뒤 "대행이라는 꼬리표는 문제없어서 수락했다"고 말했다.
코치진 구성과 관련해 신 감독은 "고 차경복 감독이나 김학범 감독이 추구한 것이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구단 프런트와도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 "매정한 사람이 아닌 만큼 김도훈 코치나 차상광 골키퍼 코치는 같이 갈 것이다. 나머지 두 코치는 새로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선수단 물갈이 있을 것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 3위로 종료한 성남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북 현대에 1-2로 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전반기의 성남보다 후반기에 실망을 많이 했다는 신 감독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폭적인 물갈이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김학범 감독에 조언도 구할 것"이라고 강한 개혁 의지를 보였다.
특히 시즌 중반 영입,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라이언킹' 이동국과 관련해서는 "모든 선수의 기록을 수집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지 확인할 것이다. 신인이라 해도 장래성이 보이지 않으면 과감하게 내보낼 수 있다"고 물갈이의 폭이 상당히 클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이동국에 대해서는 "잘 분석해서 안되면 내보내고 좋은 전력으로 판단되면 계속 쓸 수 있다"며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항상 상위권 성적을 내온 팀이라 감독대행을 수락하기까지 심리적 고통이 심했다는 신 감독은 "7번의 우승을 하기도 했지만 그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며 "스스로 즐기고 감내하며 이겨낼 것이다. 즐기면서 선수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프로는 2등이 필요 없다"
관중 동원이 형편없는 성남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는 신 감독은 "경기장에 올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앞으로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팬들에게 먼저 다가설 것"이라고 설명하며 적극적인 마인드로 관중 유치에 한 몫하겠다고 말했다.
첫 시즌 목표와 관련, 그는 "프로는 2등이 필요 없다. 일단 도전해본다. 초보 감독이 우승하면 좋겠다. 꼭 도전해 볼 것"이라고 신임 감독으로 '젊은 피'의 힘을 과시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감독은 "탄천 종합운동장이 노란 물결로 가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관중 없는 우승팀이라는 소리를 듣기보다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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