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진출의 꿈, 내 인생의 네 잎 클로버
"일본야구를 평정하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며 이혜천(29, 두산)이 지난 19일 오후 커다란 꿈을 안고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어릴적부터 해외 마운드에 서보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이혜천은 지난 1998년 OB 시절부터 베어스의 '마스코트'로서 12년간 마운드를 책임져왔다. 개인통산 559경기에 출장, 53승 40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16을 기록했다.
어떻게 보면 일본에 진출하기엔 썩 빼어난 성적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으나, 그가 선발투수-구원투수 오갔다는 것을 감안하면 꾸준한 활약을 해온 셈이다.
FA 자격을 얻는 올초부터 일찌기 일본 진출을 생각했던 이혜천에 대해서는 이승엽의 소속팀 요미우리, 임창용이 있는 야쿠르트 등 일본 팀들에게 익히 알려져 러브 콜이 잇따랐고, 일본 언론도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혜천은 "올 시즌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는데, (일본 스카우터들이) 정찰왔을 때는 유난히 잘 던졌다. 그런 날이면 집에 돌아가서도 밥맛이 꿀맛 같았다"며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성공할 자신이 있는가'란 질문을 받자, 사뭇 눈빛이 달라졌다.
"일단 초반부터 일본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을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몰아붙일 작정"이라며 "1군 굳히기가 제1의 목표다. 또 최소 2년 계약을 할텐데 최고의 투수가 되려면 4~5년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때까진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일본으로 출국한다고 하니 TV 카메라까지 오고 야구인생에서 최고로 관심을 받는 것 같다. 한국시리즈 때도 그랬나?"라며 "팀 선택에 있어 '돈이 우선(요미우리)이냐 선발투수(야쿠르트) 보장이 먼저냐'고들 하는데, 어떤 팀에 가든 한 번이라도 더 던질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즉 돈보다는 확실한 주전을 보장하는 팀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이었다.
이혜천은 "지금 일본야구 진출의 꿈이 이루어지는 이 순간은 내 인생의 네 잎 클로버"라고 표현했다.
일단 일본 구단들은 이혜천의 기량에 대해 지난 2006년 제1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출전했던 'A급투수'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합당한 대우를 기대할 수 있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일본서도 주목한 '좌완' 이혜천
이혜천의 일본 입국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언론들은 20일자 보도에서 '이혜천이 요미우리 또는 야쿠르트 어느 구단을 선택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벌써부터 야단이다.
'산케이 스포츠'는 "이혜천 본인이 선발을 희망하고 있고, 한국투수 임창용이 있어 가족적인 분위기서 플레이할 수 있는 야쿠르트에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야쿠르트 스즈키 단장도 "신원조회가 끝나는 대로 계약 절차를 밟겠다"며 이혜천 획득에 확신을 갖고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닛칸 스포츠'는 "(이혜천은) 야쿠르트와 먼저 20일 협상이 이루어지겠지만, 요미우리와도 만날 예정이므로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야쿠르트와 요미우리의 2파전이 흥미로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혜천은 일본 도착 후 현지 인터뷰에서 "고대했던 꿈이 현실로 다가오니 이것도 꿈만 같다. 그 꿈을 마운드에서 펼치겠다"며 "일본 도쿄에는 한국인도 많고, 구단마다 통역이 있으니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데이터야구를 하루빨리 공부하는 것이다. 야구용어는 '만국공통어' 아니냐"며 어느 팀을 가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혜천의 모든 협상은 에이전트인 박유현 씨에게 위임된 상태. 협상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27~28일께에는 새 소속팀에서 입단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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