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정말로 '징크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두산이 또 다시 4연패로 SK에 무릎을 꿇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서 0-2로 패하면서 시리즈 최종 전적 1승 4패로 2008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내줬다. 그런데 그 과정이 악몽의 재현이었다. 1승 후 '4연패'라는 불운을 또 다시 맛보고 만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징크스'라는 말을 싫어한다. 이날 1패만 더하면 우승컵을 내줘야하는 상황에서 경기 전 김 감독은 '징크스'라는 말에 대해 "그런 말 좀 하지 말라"며 "생각만 하면 답답해진다. 징크스란 것 자꾸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한숨을 내쉬며 부정했다.
하지만 두산은 이날 김선우의 6.2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에도 타선의 극심한 침체와 불운마저 잇따라 1점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결과적으로는 7회초 김동주의 수비 실책과 8회초 최정에게 맞은 좌전 1타점 적시타로 무너졌지만, 실제로는 화력이 제때 살아나지 못한 책임이 컸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26일 인천 문학구장서 대망의 막이 오른 1차전서 5-2로 승리하면서 이긴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이를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2승 후 4연패하며 분루를 삼킨 터라 "결코 방심은 없다"라고 누누이 강조하며 "이번에야말로 맺힌 한을 풀 것"이라고 당당히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짜고 친 고스톱'도 아닌데 공교롭게도 또 다시 두산은 27일 2차전서 패한 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홈에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그야말로 작년의 데자뷰가 아닐 수 없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펄펄' 날았던 테이블세터진은 침묵했고, 시즌 리딩히터 김현수는 5경기 동안 단 1안타에 그치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지더니 이날 9회말 1사 만루에서 '시리즈 마무리 병살타'까지 쳤다. 베테랑 김동주와 홍성흔이 분투했지만 이들이 9명의 SK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2003년 11월 부임한 이래 올해까지 5시즌 동안 두산의 사령탑으로 잠실에서 군림했다. 그리고 그 중 3차례나 두산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키며 명감독으로서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하지만 3차례 모두 한국시리즈 4연패라는 답답한 결과로 마지막 문턱서 주저앉았다. 2005년에는 플레이오프서 한화를 3연속 패퇴시켰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 1승도 챙기지 못하고 4연패로 무너졌고, 작년 역시 플레이오프서 한화에게 3연승을 거뒀지만 SK에게 2연승 후 4연패 당하며 분루를 삼켰다.
때문에 '4연패 징크스'라는 달갑지 않은 명성(?)까지 얻었지만 또 다시 김경문 감독은 SK에게 같은 패턴으로 무너지며 통한의 기록을 쌓고 말았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여름 베이징 올림픽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하고 난 후 "만년 2위였는데 이제 야구를 그만둬도 좋다"고까지 밝히며 우승에 목마른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낸 바 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경험을 얻지 못했기에 본인 역시도 마지막 2%의 한은 남겨뒀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김경문 감독은 올해마저도 '4연패'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아쉽게도 2008년을 마무리하게 됐다.
'징크스'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지 여부는 검증된 바 없지만 김 감독에게 한국시리즈는 아쉬움의 무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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