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서 골키퍼 김용대(188cm, 광주 상무), 정성룡(189cm, 성남 일화)을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큰 선수는 최전방 공격수 고기구(28, 전남 드래곤즈)다. 고기구는 187cm로 포스트플레이가 필요할 때는 신장을 이용해 주변 동료가 골 찬스를 잡게 하는 공격의 도우미 역할을 한다.
고기구는 지난 22일 저녁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 북한과의 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 자신의 네 번째 A매치를 90분 소화하면서 0-0,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경기 내내 고기구는 수 차례 북측 수비진과 헤딩 경합을 했다. 전반 5분 김두현의 왼쪽 코너킥을 김치우의 패스를 받아 헤딩 슈팅,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골대와 직접 소통했다. 이후 그의 슈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신장을 이용해 포스트플레이를 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기에 한 차례 슈팅은 이해할 만했다. 공격의 주연이 아닌 중간 과정의 역할을 부여받았기에 좋은 곳으로 헤딩한 볼을 떨어트려 주기만 하면 됐다. 그래도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것이 '기본 상식'으로 굳어진 만큼 할 일은 하고 포스트플레이를 해야 했다.
그러나 북측의 수비는 끈끈했고 공중볼에 대한 투지는 대단했다. 북측의 플랫 3으로 선발 출전한 박철진(185cm, 압록강)-리준일(178cm, 소백수)-리광천(182cm, 4*25)의 평균 신장은 181.6cm다. 세트피스에서 막아내야 하는 남측의 중앙 수비자원인 강민수(186cm, 전북 현대)-이정수(185cm, 수원 삼성)의 평균(185.5cm)과 비교해 4cm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고기구의 신장에 한참 못 미친다.
북측은 신장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좌우의 윙백들이 플랫 3와 일렬로 맞춰 수비를 구축한 것은 물론 두 중앙 미드필더인 김영준-안영학까지 내려오게 하면서 7명이 페널티지역에 몰렸다. 때로는 공격에 참여하는 문인국-홍영조까지 수비에 가담, 9명이 되기도 했다. 당연히 고기구가 헤딩으로 볼을 떨어트려도 먼저 선점하는 것은 북측이었다. 덕분에 남측 공격의 템포는 끊겼고 후방에서 다시 공격을 시작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고기구는 "골도 못 넣고 도움도 기록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고 만족스럽지 않다. 북측 수비수가 9명씩이나 내려가 밀집수비를 뚫기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고기구는 지난해 전 소속팀 포항 스틸러스의 우승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K리그 최강 성남 일화와의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중앙 수비수 조병국-김영철과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손대호가 버티는 공간을 뚫고 헤딩으로 골을 넣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기구는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면서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었다.
약간의 행운도 따랐다. 올 시즌 K리그 전반기 빼어난 활약을 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조동건(22, 성남 일화)의 부상과 유럽 진출이 좌절되면서 국내로 돌아온 조재진(27, 전북 현대)의 컨디션 난조가 겹치면서 고기구는 대표팀 내 유일한 장신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준 국가대표급으로 불리는 성남 수비를 무너트린 원동력이 아직까지 대표팀에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고기구를 비롯해 앞으로 합류할 장신 공격수들의 효율적 활용 방법 찾기는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팀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 기술위원회에 주어진 숙제가 됐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 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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