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환이 형이 잘 리드해주더라구요."
지난 10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2위 다툼이 끝난 후 시즌 5승(1패)째를 챙긴 김명제가 한 말이다. 이날 두산은 '반달곰 킬러' 롯데 매클레리가 ⅔ 동안 1안타 5사사구 4실점(1자책)으로 자멸한 가운데 5-2로 승리를 거뒀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3연승 가도를 달리며 최근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산 선발은 김명제. 맞상대 매클레리가 1회도 못넘기고 조기 강판당한 반면 김명제는 7이닝 동안 1안타 2볼넷(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후 김명제는 "(최)승환 형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전체적으로 편안히 던질 수 있도록 잘 리드해줬다"고 포수 겸 8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최승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3일 두산과 LG는 전격 2대2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산은 포수 최승환과 외야수 이성열을, LG는 투수 이재영과 내야수 김용의를 받아들였다.
트레이드 후 'LG' 이재영은 지난 6일 두산전에서 5⅔이닝 동안 11안타 8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고, 이성열은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5경기 연속 출전해 18타수 2안타 1할1푼1리라는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김용의는 트레이드 이후 아직 출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포수 최승환이 은근히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승환은 지난 5일 사직 롯데전서 팀이 1-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8회말 교체돼 이재우와 1이닝 동안 호흡을 맞췄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지 이틀 만에 검증 무대를 가진 최승환은 바로 다음날 잠실 LG전서 첫 선발 출장했다. 최승환과 랜들은 이날 LG 타선을 2점으로 틀어막으며 10-2로 승리, 연패를 끊는 귀중한 1승을 올렸다. 랜들은 "포수 리드가 좋았다"고 경기 후 최승환을 칭찬했다.
7일 잠실 LG전서 또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쓴 최승환은 2군에서 복귀한 김선우와 이재우를 비롯 5명의 투수들과 친정팀 타선을 3점으로 틀어막고, 두산의 4-3 승리를 견인, 2연승의 주역이 됐다. 김선우는 5이닝 동안 8안타 2실점(2자책)으로 호투했음에도 승을 올리진 못했으나 김경문 감독의 합격점을 받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10일 최승환은 김명제와 배터리를 이뤄 롯데 타선을 원천 봉쇄하며 두산의 마운드 안정에 보이지 않는 힘을 보탰다.
최승환은 이적 후 선발 출전한 3경기를 모조리 승리로 이끌었다. 채상병의 백업 포수로 영입된 최승환이 의외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경문 감독은 최근 그를 계속 투입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8일 우천취소된 탓에 선발 출장하지 못한 채상병이 10일 경기서 나오지 않은 것도 김경문 감독이 최승환을 계속 검증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 최승환의 타율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선발 출장한 3경기서 10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이 1할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을 우선시 하는 포수의 경우, 팀의 승패가 포수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인 까닭에 최승환은 일단 성공적인 두산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전직 명품 포수 홍성흔은 평소 "포수는 타율이 아니라 팀승률로 평가한다. 잘 치지는 못하더라도 그 포수가 나올 때마다 이기면 그는 계속 기용된다. 나 역시 그랬었다"고 출장 기준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최승환이 향후 두산 투수들과 어떤 호흡을 맞춰나갈지 기대되는 가운데 트레이드를 담당했던 두산 관계자들 입가엔 미묘한 웃음이 번져나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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