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생활을 접으려던 때 봉준호 감독을 만나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하게 됐죠."
1960년대 가난했던 시절 먹고 살기 위해 성우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변희봉은 40여년동안 신하에서 왕까지 수많은 역을 맡아 연기해 왔다.
하지만 극 속에서 그가 맡은 역은 언제난 조연이었고, 한때는 배추장사나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만두려고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변희봉에게는 그야말로 천직이었던 듯,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운명처럼 배역이 들어왔다고 한다.
오랜 연기 생활 끝에 '괴물'로 관객들의 사랑을 한껏 받게 된 그는 영화 '더 게임'에서 40여년만에 첫 주연도 맡게 됐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다 싶었죠. 최선을 다해 찍었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 줄지가 걱정됩니다. 큰 변신을 시도한 작품이었는데 관객들이 '성공적인 변신'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왕에서 신하까지 40여년동안 온갖 역을 다 맡아왔던 그지만 관객들이, 시청자들이 그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신하에서 왕까지 모든 역을 맡았어요. 하지만 극 속에서 비중이 작다보니 거의 뭍혔죠. 많은 작품들 중에 지금의 내 자리를 만들어 준 작품이 있다면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일 겁니다. 연기 생활을 접을려고 하는 중에 봉 감독이 제발 출연해 달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거절했는데, 이번이 자신의 입봉작이라며 부탁하길래 '입봉작'이라는 말에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힘들게 출연 결정을 내렸더니 개를 잡아먹는 경비원을 시키더군요(하하)."
'더 게임'에서 변희봉은 재벌회장 강노식과 거리의 화가 민희도 1인2역을 연기한다. 돈을 위해 자신의 몸을 걸고 병든 회장과 위험한 내기를 했던 민희도는 내기에서 져 자신의 몸을 탐욕스러운 회장에게 빼앗기게 된다.
"젊은 사람과 몸이 바뀌는 설정에 사실은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몸은 그대로인데 젊은이처럼 행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잘못하면 닭살스러운 연기가 나오기 십상이니까요. 이를 두고 감독과 갑론을박이 많았죠. 저는 차라리 희화화되길 원했어요. 그래야 관객들도 거부감이 덜할 테고, 하지만 감독은 저랑 붙는 신이 많은 손현주씨가 더 재미있어야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감독 의견을 따랐습니다."
이번 영화에는 주연인 변희봉, 신하균 외에도 감초 연기의 달인 손현주와 카리스마 넘치는 이혜영의 연기도 극에 재미를 부여하는 필수 요소다.
"훌륭한 조연들이 있기에 주연이 빛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혜영씨의 편집이 많이 돼 아쉬워하시기도 하셨는데, 배우라면 누구나 감수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도 마지막에 통곡하는 장면이 있는데, 통으로 편집됐더라구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영화는 감독 예술인 걸."
"그렇다고 감독 자리를 꿈꾼 적은 없어요. 항상 제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살아왔거든요. '괴물' 때문에 관객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고, 더 이상 욕심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배역에 최선을 다해 연기할 생각입니다."

이제껏 아버지 역을 그렇게 많이 해왔던 그는 세상에는 너무도 다양한 아버지상이 존재한다며 아버지 역을 계속해서 해나갈 거라고 소박한 꿈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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