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합작영화 '두번째 사랑'(감독 김진아, 제작 나우필름(주), VOX3FILMS)으로 올해 초 미국 선댄스 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한 하정우. 이 영화로 미국 내 인지도가 어느 정도 생겼을 것 같다며 할리우드 출연제의가 들어오지 않는냐고 묻자,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간 건 없다"며 "나도 그쪽도 서로 냄새만 맡고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12일 오후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인터뷰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피곤해 보였다. '두번째 사랑'의 홍보 활동으로 매일매일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숨', MBC 드라마 '히트', 그리고 오는 6월 21일 개봉하는 '두번째 사랑'(이 작품은 지난해 여름 촬영했다)까지. 재충전할 틈 없이 달리는 그가 위태로워 보인다고 생각할 즈음 그는 새로운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주며 영화에 대해,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달린다는 느낌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다. 늦게 이름을 알린데 대한 어떤 조급증 때문은 아닌지...
"드라마 '히트'를 할 때 빼고는 그리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또 그런 조급증이 있었다면 계속해서 드라마를 했겠지. 그런 조급증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열정'같은 거겠지. 물론 쉬게 되는 순간이 오겠지만 당분간은 쉬거나 놓고 싶지 않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는 작품이 강하게 떠올랐다. 그 영화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강하고 거친 '지하'라는 캐릭터가 정말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90%가 영어대사인데 부담이 느껴졌을 것 같다.
"영어 구사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그 전부터 영어공부를 쭉 했었고, 어학연수도 단기로 몇 번 갔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기회에 내 영어 실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내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알고 싶었고, 영어 연기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맛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작업한 것이 처음인데, 한국과 시스템이 많이 다른가? 기사에 보니 영화 속 의상을 입고 밥 먹다가 스태프로부터 한 소리 들었다고 하던데..
"한 소리 들었다기보다 그러면 안된다고 '알려준' 거다. 미국 시스템은 배우들이 최상의 연기를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같다. '리허설' 배우가 따로 있고, 연기 외에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도록 해준다. 물론 한국도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작품도 있는데, 할리우드에 경우 그런 것들을 문서로 세세하게 명시한다는 것이 큰 차이겠지."
-여성 감독과 작업한 것은 처음인데, 소감은?
"여성감독이라서 특별히 다르다기보다 김진아 감독님이 미대 출신이라서 다른 감독들과 달랐던 것 같다. 섬세하고 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나보다는 아마 같은 여자로서 베라(파미가)가 더 많이 느꼈을 것 같다. 베드신 찍을 때 특히 신경을 많이 써주시더라. 남자 배우들에게는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신다."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 감독과 친해지기 위해 밥도 먹고 술도 자주 먹는다고 들었다. 이번 작품은 아무래도 그런 것들이 힘들었을 것 같다.
"김진아 감독님하고는 그 대신 전화 통화를 많이 했다. 펜팔하는 친구처럼 서로 좋아하는 것이 뭔지 묻기도 하고 작품 이야기도 하고."
-할리우드은 스태프들이 일하는 시간을 '칼'같이 지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계약서에 12시간이라고 명시돼 있으면 딱 12시간만 일한다. 종료 30분 남았을 때부터 슬슬 작업을 접기 시작하고 감독에게도 30분 남았다고 알려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사람은 다 똑같구나, '배우'라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나 다 똑같구나 하는 것. 자신감을 얻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또 한정된 꿈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꼈다. 한일합작 프로젝트의 첫 시발점이 되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큰 의의가 있다."
-이번 작품 이후 할리우드에서 출연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을 것 같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은 아직 없다. 그쪽도, 나도 서로 냄새만 맡고 있다. 계속 두드리고 있고,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출연할 계획이다."
-'존재감'있는 배우라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있다.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자꾸 그러면 작품을 선택할 때 부담이 느껴지기도 할 것 같은데.
"내가 지금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칭찬에 너무 우쭐해하거나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런 칭찬들은 나의 가능성을 보고 주는 후한 평가인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영화인'이 돼 있겠지. 물론 그 10년 사이에 칸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런 성과를 거둔다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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