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 일화와 수원 삼성 간의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독일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서 활약중인 외국인 심판이 주심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루츠 바그너 씨(43). 독일 헤센 FV 지역 연맹에 소속된 바그너 씨는 지난 1991년부터 독일축구협회(DFB) 주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1994년부터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서 총 156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심판이다.
또 바그너씨는 지난 2004년 9월부터 10월까지 K리그 5경기의 주심을 소화한 적이 있어 축구팬들에게는 낯익은 인물이기도 하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의 원활한 경기 운영과 국내 심판의 기량 향상을 위해 지난 2002년부터 독일축구협회의 협조로 외국인 심판을 투입해왔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단 한번도 외국인 심판을 실전에 투입하지 않다가 마지막 '빅매치'에 투입을 결정했다. 그렇기에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연맹 측에서 경기 당일 독일 심판의 투입을 깜짝 발표한 것도 일반적인 일처리와는 사뭇 다르다.
연맹이 지난 11일 플레이오프 성남-서울전에서 나온 오심 논란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설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당시 경기에서 전반 38분 성남 박진섭이 걷어낸 서울 김한윤의 슈팅이 골라인을 넘어간 듯 보였지만 부심이 이를 골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 이장수 감독은 "성남 구단주가 연맹 회장이다 보니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플레이오프를 할 필요도 없다. 심판 판정에 고의성이 보인다"고 성토했다.
서울은 이날 0-1로 패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됐다. 이후 연맹은 "당시 상황에서 부심의 위치 선정은 적절했고, 공이 골 라인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사인과 함께 경기를 계속 진행시킨 건 올바른 판정이었다"며 이 감독이 제기한 오심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연맹 측 플레이오프에서 일어난 오심 논란과 이번 심판 배정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비이락'. 한마디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사실 독일 분데스리가 심판을 부르려면 불과 몇일 전 요청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소한 2주 전에는 독일 심판의 챔피언결정전 투입이 예정돼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한국 심판들의 역량이 챔피언결정전 주심을 맡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올해 한국을 방문해 심판 전임 교육을 담당했던 하이트만 FIFA 심판 강사는 "이제 K리그 심판들의 수준은 충분히 향상됐다. 더 이상 외국 심판이 K리그 심판을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 K리그 심판들은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K리그 구단들 사이에는 아직 국내 심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아직 존재한다.
이는 K리그 심판들이 현재 지니고 있는 역량과는 또 다른 문제다. 한해 농사를 결정 짓는 큰 경기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한 격렬한 항의가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는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입증됐다.
플레이오프 때와는 달리 19일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는 수원-성남 선수들이나 감독들이 주심의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물론 언어가 통하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을 수 있고, 독일 출신 심판의 결정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 했을 수도 있다. 선수들이 외국인 심판의 판정을 더 신뢰한다는 근거도 물론 없다.
그럼에도 프로축구연맹이 외국인 심판 투입으로 기대했던 바가 선수들의 항의 없는 매끄러운 경기 진행이었다면 이번 결정은 100%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반대 급부로 국내 심판들에게 '빅매치' 경험을 부여하고,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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