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감독 만나는 운만큼은 좋은데, 그만큼은 못 떴지요."
개성과 연기력으로 영화계를 종횡무진하던 임원희가 1년 6개월 간의 공백을 깨고 TV옴니버스 영화 '코마'(제작 OCN, 시오필름)로 활동을 재개했다.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던 사이 무엇을 하며 지냈느냐는 말에 "오래 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먹이 운다'에 출연하고 '코마'를 촬영했죠. TV영화 한편도 찍었는데, 잘 모르시더라고요."
코믹 이미지 벗으려 이유있는 휴식기 가져
그러나 영화팬들에게는 임원희의 얼굴이 참 오랜만인 듯 싶다. 그런 마음은 임원희의 지인들도 마찬가지인 듯, "영화배우 그만뒀냐", "왜 영화 안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바쁘게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놀지만은 않았다는 임원희는 비교적 뜸했던 활동에 대해 "코믹 이미지가 너무 강조돼서 작품 선택이 쉽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많은 영화팬들이 기억하고 떠올리는 임원희의 이미지는 그의 지적처럼 코믹함에 치우쳐 있다. 천역덕스럽게 코믹한 대사를 읊조리며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로 언밸러스한 웃음을 안겨주던 그의 모습을 많이 기억할 것이다.
그런 임원희가 호러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다소 의외일 듯. 박찬욱 감독과 '쓰리, 몬스터'를 작업한 후 본격 호러는 첫 작품이다.
"공수창 감독을 오래전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죠. 그리고 브라운관을 통해 먼저 보여지는 상영 방식과 HD 영화만의 실험정신에 저 또한 도전의욕이 발동했습니다."
유명 감독들과 작업, 감독 복 많은 배우
임원희가 새 영화 '코마'에서 연기하는 역할은 부패하고 의욕없는 '최형사'. 병원 원장의 비리를 알면서도 눈을 감은 채 그것을 미끼로 돈을 울궈먹는 부패경찰이다. 다섯편의 시리즈가 얽히고 설켜 한편의 완결된 이야기를 이루는 이번 영화에서 임원희는 세번째 시리즈 '목걸이'의 주연배우를 맡았다. '목걸이'를 연출한 이는 스물여덟살의 청년 감독 유준석.
"젊은 감독의 혈기에 기대보고 싶었달까요? 도움을 주면서 저 또한 많이 배우고 싶었어요. 이제는 저보다 젊은 감독들을 만나게 되네요."
이번 작품의 감독 뿐 아니라 임원희는 한국영화계 내로라 하는 감독들과 호흡을 이뤄왔다.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로 영화에 데뷔해 이후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를 함께 작업했던 장진 감독이 진두지휘한 옴니버스 '묻지마 패밀리'에서는 박광현 감독과 작업했다. 류승완 감독과의 인연도 깊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주먹이 운다'를 함께 작업했다.
'쓰리 몬스터'로 박찬욱 감독과도 호흡을 이뤘고, '재밌는 영화'에서는 코미디 흥행 감독 장규성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배우가 좋은 감독을 만나는 것은 참 복이죠. 제가 감독 복은 많은데, 그만큼은 못 떴어요(웃음)."
주연을 맡은 작품이 몇편인데, 못 떴다는 싱거운 농담을 던지는 임원희. 감독을 만나는 것이 어디 운에만 맡길 일인가. 배우의 안목과 선택도 그만큼 중요할 것이다. 지난해 '웰컴 투 동막골'로 장편 데뷔작에서 흥행 홈런을 날린 박광현 감독의 재질을 임원희는 일찍 눈치챘다고 한다.
"박광현 감독과는 '내 나이키' 전에 햄버거 광고에서부터 여러번 호흡을 맞춘 적이 있죠. 그때 제가 그랬어요. 나중에 참 큰 일 한번 칠 것 같다고. 그때도 범상치 않았거든요."
인연은 언제 맺을지 몰라, 욕 먹지 않는 배우되고파
좋은 감독과 작업하는 것이 운만은 아니기에, 임원희는 늘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다진다.
"언제 누가 저를 필요로 하고 불러줄 지 모르잖아요. 인연은 언제 어디서 맺을지 모르지만 항상 어디서든 욕 먹는 연기자는 되지 말자고 생각해요."
배우는 한번 불꽃을 태우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기에 임원희는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겠다고 한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고 영화 '코마'와 '식객'으로 다시 왕성하게 활동할 임원희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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