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만들어낸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무려 1200만 명의 마음을 울렸다. 새로운 사극에 대한 도전 의식도 있었다. 그리고 2년 만에 탄생한 '천만 영화'를 통해 영화인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이는 제작사 임은정 대표의 뚝심과 강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장항준 감독과 마치 역사책을 찢고 나타난 듯 현실감 짙은 열연으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한 배우들의 힘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월 4일 개봉된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대한민국 영화 최초 단종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대한민국 영화 누적 관객수 1위 배우인 유해진과 대세 배우 박지훈이 각각 광천골 촌장 엄흥도와 단종 이홍위 역을 맡았다. 여기에 유지태, 전미도, 이준혁, 박지환, 안재홍 등이 함께해 완벽한 앙상블을 선사했다.
!['왕과 사는 남자'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1a32d0f0b8c502.jpg)
이에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 신드롬'을 일으키며 지난 6일 개봉 31일 만에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범죄도시4' 이후 2년 만 천만 영화 탄생이며, 사극 영화로는 4번째 천만 영화다. 유해진은 '왕의 남자', '베테랑', '택시운전사', '파묘'에 이어 '왕과 사는 남자'로 다섯 번째 천만 영화를 품에 안았고, 박지훈과 유지태, 전미도, 김민 등도 첫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11일까지 누적 관객수 12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여전히 놀라운 흥행력을 발휘하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제작사 온다웍스의 첫 작품이다. 1986년생인 임은정 대표는 회사 창립 작품으로 '천만 영화'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2011년부터 2023년까지 CJ ENM 영화사업부 투자팀, 기획제작팀 프로듀서로 제작하면서 '공범', '마담뺑덕', '엑시트' '베테랑', '국제시장' 투자 진행과 '불한당'과 '임금님의 사건수첩' 기획 진행을 맡았다. 또 '연애 빠진 로맨스'의 프로듀서로 작품의 흥행을 이끌었다. 이에 '연애 빠진 로맨스'의 주연 배우인 손석구는 임은정 대표를 응원하고자 '왕과 사는 남자' GV에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음은 임은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현재 마음이 어떤지가 궁금하다.
"감사함밖에 없다. 저희가 목표로 한 숫자를 훨씬 넘어가니 감독님, 배우님들, 장원석 대표님 모두 만나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
- '천만 영화' 등극에 대해 예상해 본 적도 있나?
"천만 영화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되게 어리둥절한 상태고 기쁘다. 모든 영화인이 '천만 영화가 앞으로 나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거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모두의 희망이 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뿌듯하다."
!['왕과 사는 남자'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08846c5140d337.jpg)
- '왕과 사는 남자'의 결과에 모두가 놀라고 있는데, 제작자로서 관객수든 반응이든 가장 의외였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관객수가 가장 의외였다. 요즘 영화관 추이를 보면 천만을 목표로 하는 꿈을 품기 어려운 시기다. 장항준 감독님과 개봉 전전날인 월요일에 둘이서 간단히 한잔하자고 했다. 어느 정도 가면 좋을지에 대해 얘기를 하자고 했는데, 우리 모두의 1차 목표는 손익분기점(260만 명)을 넘기는 것이었다. 그래야 명절 연휴를 앞두고 배급사도 기쁠 것이고, 이렇게 빨리 준비한 의미가 있으니 그래도 손익분기점의 2배는 되면 좋겠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나눴다. 하지만 개봉 날엔 그러기 어려운 숫자가 나와서 우리끼리는 너무 조마조마했다. '배텐'에서 감독님이 농담처럼 공약할 때만 해도 천만은 생각지도 못해서 그냥 그런 목표를 가지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숫자를 훌쩍 넘을 때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가는구나 했다. 그때가 가장 의외의 순간이다. 그 이후로는 '관객들이 알아봐 줄까?' 하는 것도 다 캐치해서 리뷰와 반응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닿았구나' 싶어 기뻤다."
- CJ ENM 영화사업부 투자팀과 기획제작팀 프로듀서로 재직(2011~2023)하다가 '왕과 사는 남자' 시나리오 하나 들고나와 독립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들고나와 독립한 건 맞지 않는다. 시나리오가 2020년 초에 나왔다. 2019년부터 작업을 했다가 중단이 됐던 작품이었다. 전 회사에서 재직 당시 영화를 기획하면 단계별로 허락을 받는다. 그때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들고 가서 하기엔 맞지 않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그래서 트라이해서 만들겠다고 한 거다. 퇴사하고 나서 작가님이 간직하고 있던 것을 제가 맡게 된 거다. 그래서 들고 나왔다는 건 맞지 않다."
- 이 작품을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다. 같이 일하는 분들과의 약속과 책임이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애정과 확신은 의미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획자로서 이 사극이 새롭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궁궐에서 벌어진 정치적 암투나, 어떤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민초 사극이라 새롭다는 얘기를 쇼박스와도 많이 했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사극에서는 별로 없던 것이다. '왕'과 '남자'가 들어간 사극이 잘 된다고 하는데, 그런 점에도 확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결을 따라가고 싶었던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엄흥도와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컸다. 사극은 규모가 크고, 타겟이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깨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 쇼박스가 투자배급을 하게 된 과정 역시 궁금하다.
"CJ에 이 작품이 갔다면 거절했을지는 모르겠다. 내부에 있을 때 중단을 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잘 됐기 때문에 결과로만 얘기하는 것 같은데 너무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아무도 몰라본 진흙 속 진주를 알아봤다는 프레임인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쇼박스와 맞았던 거다. 23년도 4월에 CJ에서 퇴사하고 회사를 차렸다. 각색 작업을 4개월 동안 한 후 8월에 BA를 찾아갔다. 장원석 대표님에게 거절을 당했다. '리바운드' 이후 성공을 해야 하는데 사극이고 비극인 거다. 상업적 측면에서 메시지에 함몰된 것 같다는 조언도 받았다. 제가 제작자가 되다 보니 이해가 되더라. 만약 이게 안 되면 나를 믿고 함께한 감독님에게 어떤 마음이 들까 생각하니 끔찍하더라.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맞는 거라, 그때는 거절하는 판단이 맞았다. 그러다 지금은 퇴사했지만, 쇼박스의 투자팀에 있던 친구가 이 영화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말로 용기를 줬고, 감독님께 직접 제안을 할 수 있었다. 같이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 쇼박스였고, 저도 쇼박스와 끝까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같이했다."

!['왕과 사는 남자'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86fdb810732d89.jpg)
- 박지훈 배우를 장항준 감독에게 강력 추천한 장본인이고, 쇼박스에서 공개한 촬영 실록에 보면 '국민 프로듀서'였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됐다. 박지훈 배우가 '단종의 환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는데, 그런 점에서 남다른 마음이 들 것 같다. 본인의 혜안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
"뿌듯하다. (웃음) 사실 유해진 선배님이 캐스팅된 것이 큰 기반이 됐다. 산업 종사자로서 새로운 배우, 그다음 세대의 배우가 나올 수 있게 하고픈 마음이 있다. 신선한 배우를 만나고 싶어 하면서도 지금 이 시대로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하지만 해진 선배님이 있어서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홍위는 이미지도, 눈빛도 너무 중요한 배역이다. '프듀' 애청자로서 저는 데뷔한 친구들(워너원)을 다 지켜보고 있다.(웃음) 그것이 캐스팅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을 저도 재미있게 생각한다. 그리고 제가 '약한영웅' 제작진과 친분이 깊다. 특히 제작사 쇼트케이크 김명진 대표님과 연이 많은데, 현장에서 (박지훈 배우의) 칭찬을 많이 들었다. 운 좋게 시리즈를 보고 꽂혔다 플러스 성실한 배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장 감독님에게 추천했다. 감독님은 명확하게 말하는 분이라 "눈빛이 단종이다"라고 한 줄로 말씀하셨는데, 본인이 직접 (박지훈 배우를) 만났을 때 더 큰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감독님은 뛰어난 각본가이기도 한데, 연출적으로 중점을 많이 두는 건 배우와의 호흡과 소통이다. 해진 선배님은 오랜 관계였고, 유지태 선배와도 같이 하지는 않았지만 오래 알고 지냈다. 이번에 새로 만나게 된 배우가 박지훈, 전미도 배우다. 두 분의 공통점이 다 따로 만난 후 확신을 했다는 것이다. 이 배우들과 같이 하겠다는 열정을 품게 됐고, 시나리오도 수정했다. 두 배우 다 연기도 잘하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과 자세 등 모든 것이 같이 만들어가기에 좋은 파트너라는 생각에 확신을 가진 것 같다."
- 장항준 감독과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투자팀에 오래 있었고 기획도 했다 보니 감독님 글을 볼 기회가 많았다. 각본가 장항준도 잘 알고 있었고, 필모그래피에 큰 성공작이 없다고들 하지만 저는 준수한 작품을 만드는 연출자라고 생각했다. '기억의 밤'도 웰메이드라고 생각하고 봤다. '리바운드'도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을 다뤄야 하는데, 그들을 대하는 마음과 방식을 봤을 때 한국에서 이런 감독이 많지 않을 것 같다. 훌륭한 연출자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품을 만나면 성공할 것이라는 야망을 가지고 시작했다."
- 실존 인물을 다뤄야 하는 것에서 큰 부담이 있었을테고, 특히 마지막 선택은 여러 설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기도 했기에 고민이 되는 지점이 많았을 것 같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기술 시사를 할 때 종친회 분들을 모시기도 했다. 영화의 의도와 인물을 다루는 중심 아이디어, 감정이 단종을 기리기도 하지만, 엄흥도를 기리기도 한다. 그 마음을 보여주고자 채택한 것에서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한다면,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에서 죽음도 있지만, 서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영화가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는데, 시나리오 작업에서 그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 은유와 상징을 관객들이 잘 알아주시는 것 같다. 영화가 개봉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댓글을 많이 봤는데 초반부터 그 얘기가 나왔다. 처음엔 강을 건너는 포스터가 예쁘다고 봤는데, 그것이 사실은 스포였고 강을 건너는 의미가 이것이구나 깨닫게 된 거다. 모든 행위를 애도의 측면으로 다 읽어주고 있어서 영화의 의도는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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