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김모(29)씨는 지난달 한 디자이너 브랜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구매한 패딩의 혼용률이 잘못 적혀 환불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정상적으로 카드 결제가 취소됐지만, 속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덕다운 90%라고 적힌 제품임에도 충전재가 쏠려 있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별 다른 의심을 하지는 않았다"며 "모르고 산 소비자만 바보가 됐는데, 앞으로 어떤 제품을 믿고 구매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패딩 혼용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통사들이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bc7918a26fc7b5.jpg)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충전재 혼용률 정보 불일치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디 브랜드부터 대기업까지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품질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며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백화점 등 대형 오프라인 채널까지 혼용률 전수조사에 나서며 사태 진압에 나섰지만,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기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부터 대형 유통사까지 입점 브랜드에 대한 관리 대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은 기업 이미지와 매출까지 직결되기 때문이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패딩(다운류)을 취급하고 있는 입점 브랜드사에 혼용률 시험 통과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자체 상품 검수 조직을 통해 신상 패딩, 침구류 등 구스와 덕다운이 포함된 품목들에 대한 조사를 벌인다. 현대백화점 입점 브랜드사에 혼용률과 관련한 공문을 발송했다.
신세계그룹 패션 플랫폼 W컨셉과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도 이용약관을 개선하는 등 정확한 상품 정보가 표기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같은 브랜드가 여러 채널에 입점해있는 만큼 향후 더 많은 플랫폼들이 관련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C커머스(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가 초저가 전략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 침투하고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앞서 패션 브랜드 라퍼지스토어는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 등 상품에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무신사에서 쫓겨난다. 상품 정보에 충전재로 솜털 80%를 사용했다고 적었지만, 실제 사용률은 약 3%에 불과했다.
이랜드월드 후아유의 한 구스 다운 제품도 거위 털 80%라는 소개와 달리, 거위털 30%와 오리털 70%로 채운 게 확인됐다. 신원의 여성복 브랜드 비키의 한 덕다운 제품 역시 '다운' 표기를 했지만, 솜털 비율은 50%에 불과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솜털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다운으로 표기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은 자사몰을 비롯해 각종 패션 플랫폼에서도 충전재 비율이 엉터리로 적힌 채 판매됐다.
![패딩 혼용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통사들이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d13864514838f.jpg)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두고 가격 낮추기 경쟁이 불러온 후폭풍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내수 침체가 극심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가격을 낮추려다 보니 충전재 눈속임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패딩 등 완제품을 납품하는 생산업체가 작정하고 속이면 입점 브랜드와 플랫폼들이 이를 100% 적발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사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모든 상품을 뜯어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업체와 브랜드, 유통사 등 관련된 모든 기업이 품질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정보 검증 의무 강화와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정보를 허위로 작성하는 관행이 만연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소비자"라면서도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를 철저하게 확인 못한 잘못도 있지만, 제조 단계부터 책임 의무를 강화하는 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