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텐션 폭발이다. 원래도 호감 가득한 배우였지만, 이렇게 호탕하고 유쾌한 성격이었나 놀라게 될 정도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인터뷰였다. 작품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하지만, 무거워지지 않게 위트를 적절하게 섞으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최근 이렇게 재미있는 인터뷰가 있었나 싶기도. 한층 여유롭고 자신감도 가득 느껴지는데, 겸손하기까지 하다. 더욱 깊어진 연기력과 캐릭터 해석력은 물론이고 '인터뷰까지 이렇게 잘하는구나', 감탄하게 되는 '성장의 아이콘' 김성철이다.
지난 25일 공개된 '지옥' 시즌2(감독 연상호)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분) 의장과 박정자(김신록 분)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옥행 고지라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설정으로 삶과 죽음, 죄와 벌, 정의 등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강렬한 질문을 던진 '지옥'은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와 다시 한번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임성재, 이동희, 양익준, 이레, 홍의준, 조동인, 문소리, 문근영 등이 열연했다.
'지옥' 시즌2는 공개 이후 3일 만에 1,7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국내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는 물론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등극했다.
김성철은 새진리회 1대 의장 정진수 역을 맡아 또 한 번 강렬한 연기와 존재감을 발산했다. 비밀리에 시연을 받은 후 지옥을 겪고 되살아난 정진수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유아인이 시즌1에서 연기한 인물이기 때문에 분명 고민이 컸을텐데도 김성철은 유아인을 지워내고 자신만의 정진수를 만들어내 극찬을 얻었다. 다음은 김성철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연상호 감독이 봤을 때 '두려움보다는 연기를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줬다'라며 김성철 배우의 자신감을 언급했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고 했는데, 그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근자감이다. 하하. 재미있는 대본이 원천이지 않을까. 대본이 재미있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감독님은 워낙 정도 많고 걱정도 많으셔서, 저를 걱정해주신 건데 저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다. 저는 그때도 그렇고 '내가 손해 볼 게 뭐가 있지?'라고 생각한다. 비교를 당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연기력의 비교도 되겠지만, 저는 최선을 다했고 못 했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그건 주관적인 거다. 사실 내가 알고 있던 걸 누군가가 변화시키면 옛것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지금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는데, 저는 항상 시대에 맞게 살기 때문에 만 나이로 32살이라고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34살이지 않냐고 한다.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고 인정을 못 하는 것이 있는데, 그걸 믿게끔 하는 것이 저의 목표고 사명감이다."
- 쉽지 않은 도전을 했다. 이를 통해 얻고 싶은 건 무엇이었나?
"흥행이다. 하하. 이건 장난이고, 또 하나의 캐릭터다. 저에겐 새로운 도전이다. 도전은 언제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매번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옥은 상상에서 나오는 거라 주관적이다. 시청자에게 주관적으로 다가갈 텐데, 그걸 설득시키는 것이 배우의 목표다. 얼마나 많이 설득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새로운 도전을 했고 재미있었다."
- 각자마다 지옥이 다르다고 했는데, 김성철의 지옥은 어떤 모습인가?
"흥행의 참패?(웃음) 저는 다른 배우들이 '잘되고 안되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르겠다'라고 하는 것이 신기하고 대단하다. 우리가 하는 건 대중문화다. 대중에게 사랑받아야 하는 거다. 한두 푼도 아니라 잘 되면 좋을 수밖에 없지 않나. 흥행에 집착하는 건 아니지만 잘 됐으면 좋겠고 많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자기 확신이 강하게 있는 배우인데, 그렇게 확신하게 되는 과정도 궁금하다.
"제가 생각할 땐 감독님의 사랑이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의 사랑이 느껴질 때가 있다. 연상호 감독님은 처음 미팅하고 촬영할 때 열렬한 지지를 해주셨다. 작품을 할 때 사랑을 해주실수록 더 잘하는 것 같고 확신도 생기는 것 같다. 저를 캐스팅해 주신 건 본인이 그리는 걸 제가 표현해주길 원해서이지 않나. 거기다 저를 좋아해 주시면 더 힘 나서 하게 된다. 결국 '연상호의 사랑'이다.(웃음)"
-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역으로 생각했을 때 그만큼 사랑 받을 행동을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현장에서 어떤 배우인가?
"그건 저를 보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야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 편이고 촬영할 때는 감독님의 의견을 잘 듣는 편이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감독님이 그리는 그림이 아니면 안 쓰실 거다. 감독님은 엄청난 플랜이 있고 콘티대로 찍으신다. 믿고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현장에서 저는 말을 잘 듣는다."
- MBTI가 ENFP에서 INFP로 바뀌었더라.
"현장에서 전 에너제틱하지 않다. 앉아있고, 에너지는 연기할 때만 쓴다. MBTI는 3년 전에 바뀌었는데 지금은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다.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일할 때 쓰려고 하다 보니 더 내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 '지옥'의 세계관 속에서 혹시 상상이 안 된다, 이해가 안 된다 하는 지점이 있었나?
"저는 어렸을 때 창의력 학원을 좋아했다. 우주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저에게 상상이라는 건 먼 얘기가 아니다. 대본 볼 때도 상상을 하면서 본다. 그것이 촬영 현장일 때도 있다. 대본을 보다가 '이 장면을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가 이렇게 하겠다'라며 상상할 할 때가 있다. 이렇게 찍으면 좋겠다 생각도 한다.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은 없었고, 아니라고 해도 납득이 되는 결과물일 거라고 생각한다."
- 정진수의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옥 사자로 돌아가는데 부활이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박정자는 부활했고 죽음을 본다. 박정자가 천사고 정진수가 지옥 사자라는 해석도 있었는데, 박정자는 착한 인물이다. 이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식만 사랑하다가 고지를 받고 지옥으로 끌려갔다. 반면 정진수는 나쁜 사람이다. 사람을 이용하고, 이 세계를 디스토피아로 만든 사람이다. 교리로 사람들을 타락시킨다. 제가 판단하기에 악에 가깝다. 그래서 다시 지옥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부활했음에도 박정자를 만나서 지옥을 묻는다. 그에겐 지옥 사자가 쫓아오는지가 중요하고, 사람을 또 이용한다. 그래서 또 지옥에 끌려갔다는 것이 제 판단이다."
- 박정자와의 마지막 신에서 눈물을 흘린다. 오른쪽 눈에서만 눈물이 흐르고, 그때의 표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몇 번 촬영했을지 궁금하더라.
"한 번에 그렇게 된 건 아니다. 두 눈에서 눈물이 나는 것도 찍었는데 그걸 쓰신 것 같다. 일부러 한 쪽으로만 울 거야 하면서 찍은 건 아니다.(웃음)"
- 시즌2 전체 결말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절망적이라고 보나?
"저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민혜진이 모든 것을 통틀어 정의하고 할 수 있다. 민혜진은 살아남아서 재현에게 "너의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그리고 태양이 떠오른다. 그렇게 끝났을 때 좋았다. 시즌3 암시는 감독님이 추구하는 방향 때문에 넣은 것 같은데, 이야기 전개가 깔끔하게 잘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만약 찝찝하게 다 죽으면서 끝났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나' 했겠지만, 민혜진이라는 기둥이 해를 쫓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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