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유재명 "전두환 모티브 부담 없다면 거짓말, 한번 고사"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유재명이 '행복의 나라' 캐스팅을 한 번 고사했다고 고백했다.

유재명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인터뷰에서 전두환을 떠올리게 하는 전상두 역을 맡은 것에 대해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정중하게 거절했다"라며 "전상두라는 인물은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인물의 이야기를 빌드업 시키거나 표현하기에는 분량적으로도 그렇고, 파악하기 힘든 느낌이 있었다"라며 "강력한 이미지의 캐릭터라 정중하게 거절했는데 계속 그 인물이 떠올랐다"라고 고백했다.

또 그는 "'이태원클라쓰'도 비슷한데, 박새로이(박서준 분) 아버지 역을 제안 받고 거절한 상태에서 자꾸 장가 회장 장대희의 잔상이 떠올랐다. 용기내서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고 말했고, 그래서 하게 됐다"라며 "전상두도 설명할 수 없는 안개 속에 있는 인물이지만, 가만히 집중하는 모습이나 눈빛 등을 직접 떠올리지는 않아도 잔상이 남아서 감독님과 잘 표현하려 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 역할은 '남산의 부장들'의 서현우, '서울의 봄' 황정민을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연기한 바 있다. 유재명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겠지만,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행복의 나라'를 통해 그 시대를 다룬 영화가 연작으로 나오는 것이 고무적이다"라며 "이런 정치적인 것을 담을 정도로 세상이 자유로워졌고, 비교보다는 각각의 매력에 포커스를 맞춰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킹메이커'에서 제가 김영삼 역할을, 존경하는 설경구 선배가 김대중을 연기했다. 실존인물은 그 인물의 말투, 살아온 길이 있다 보니 선입견, 한계가 있다"라며 "전두환을 맡으면서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맥락에서 전상두는 어떤 포지션인지를 연기하는 것이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황정민 선배가 '서울의 봄'에서 뜨겁고 열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고, 권력을 이용해 욕망을 실현시키는 것을 부각했다면 저는 밀실에서 상대를 가지고 노는 술법, 뉘앙스로 야욕을 꿈꾸는 인물로 변별점을 줬다"라며 "찍을 때는 '서울의 봄'을 몰랐기 때문에 이 작품에 잘 집중했다. 만약 알았다면 헷갈렸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故 이선균의 유작이며, 실존 인물인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했다. 특히 유재명이 '남산의 부장들' 서현우, '서울의 봄' 황정민에 이어 전두환을 상징하는 인물인 전상두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행복의 나라'는 오는 8월 14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