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세상 무해하다"라는 말은 배우 엄태구에게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알려진 대로 말이 없는 편이다 보니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하지만, 그럼에도 매 순간 그의 진심이 느껴져서 짧은 대답에도 고개를 계속 끄덕이게 된다. 이렇게 수줍음 많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장르 불문 연기를 잘하는 것인지 물음표가 계속 생기지만,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궁금해지는 배우임에는 틀림 없다.
지난 1일 종영된 JTBC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극본 나경/연출 김영환, 김우현)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형님 서지환(엄태구 분)과 아이들과 놀아주는 '미니 언니' 고은하(한선화 분)의 반전 충만 로맨스 드라마다.
엄태구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세상의 편견 속에서 육가공업체 '목마른 사슴'을 운영하는 대표이자, 36년간 모태솔로로 살아왔다가 고은하와 첫 연애를 하는 서지환을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다소 무서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자신이 정한 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신념과 주변을 챙기는 다정함을 장착해 반전 매력을 뽐냈다.
특히 고은하를 향한 직진 사랑법을 귀엽고 예쁘게 그려내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처음으로 해보는 연애 앞 서툴지만 진심을 다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무장해제 시켰다. 결국 모든 위기를 극복한 서지환은 고은하에게 프러포즈하며 행복한 결말을 완성했다. 멋있는데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서지환을 통해 '독보적 매력남'으로 우뚝 선 엄태구다. 다음은 엄태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드라마를 잘 마친 소감은?
"재미있게 봐주신 시청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드라마 끝나고 이렇게 인터뷰 와주셔서 감사하다."
- 처음 작품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동안 안 해본 색깔이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겁은 나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만큼 무해하고 재미있는 대본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저에게 대본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 첫 로코이기 때문에 생기는 부담도 있었나?
"부담 많았다. 찍으면서도 계속 확신이 없었고, 다 찍고 나서도 확신이 없었다. 방송이 나가면서 '너무 다행이다', '너무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좋은 반응을 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과 위로를 얻었다."
- 부담은 컸지만 확신은 없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이 작품을 끌고 갈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일단 시작을 했으니 그만둘 수 없다. 이게 직업이니 해내야 했다. 제 밥줄이다."
- 그렇다면 스트레스도 많았을 것 같다. 어떻게 해소했나?
"너무 많았다. 그런데 해소할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 쉬는 날 좀 많이 잤다. 그런데 스트레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재미있는 순간도 있었다. 이 신을 잘 끝내서 다행이고 기쁘다고 생각되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다음 날 촬영이기 때문에 '이 신을 어떻게 하지?' 걱정을 했다. 제가 보통 영화를 많이 해서 이렇게 8개월 내내 계속 나오는 촬영은 거의 처음이었다. '구해줘2'와 '홈타운'도 분량이 나누어져 있었다. '놀아주는 여자'는 대사도 많고 남녀 주인공이 많이 나오다 보니 페이스 조절을 못 했다."
- 목소리가 독보적인 매력으로 통하는데, 로코 장르에도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지는 않았나?
"나름대로 어떤 신에서는 되게 맑게 내기도 했다. 한선화 배우가 연기한 은하와 얘기를 할 때와 동생들과 있을 때 자연스럽게 톤이 다르게 느껴지도록 신경 썼다. 앞에 말했듯이 촬영 다 끝낼 때까지 확신이 없었다. 방송되고 나선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서 감사하고 위로도 받아서 다행이다."
- 엄태구 배우의 로맨스에 시청자들이 굉장히 설레하고 좋아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로맨스 연기에 신경 쓴 포인트가 있다면?
"연기할 때 매 작품이 그랬지만, 이번 드라마도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생각보다 업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계속 진심으로 연기하려고 했다."
- 순간순간 나오는 애교나 질투 등 본인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 있나?
"제가 연기했으니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애교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웃음) 대본에 있는 그대로 충실히 하려고 했다."
- 로맨스물은 남녀 주인공의 케미가 굉장히 중요하다. 촬영 들어가기 전 친해지는 것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한선화 배우 말로는 항상 단답형으로 대답했다고 하더라.(웃음)
"한선화 배우와 '구해줘2'를 같이 했다. '구해줘2' 때도 거의 마지막 촬영 때 말을 놨다. 선화 배가 말을 편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제가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 촬영에서야 말을 놓았고, 이번에는 첫 촬영 때부터 말을 편하게 하는 사이니까 어색함이 덜했다. 제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엔 대화를 많이 한 날도 있었다."
- 한선화 배우는 '구해줘2'에 이어 다시 만난 것이 운명이고 인연인 것 같단 얘기를 하더라. 다시 만난 한선화 배우는 어땠나?
"그때도 연기를 잘했는데 지금도 연기를 잘한다. 일단 반가웠다. '놀아주는 여자' 첫 촬영 때 기억이 많이 나는데, 문자 잘못 보내는 장면에서 환상으로 먼저 등장하는 신이 첫 촬영이었다. 그 순간의 공기가 정확하게 기억난다. 오랜만에 같이 연기를 하니까 설레기도 하면서 떨리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 연기할 때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혹시 자신을 내려놨던 놀이터 신인가?(웃음)
"놀이터 신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저는 점잖게 하려고 했는데 현장에 가니 감독님 생각은 처음부터 소리 지르고 하는 것이었다. 감독님이 하라고 하시니까 어쩔 수 없이 했다. 놀이터 신도 힘들었지만, 바람 불면서 식당에서 등장하는 장면이 그렇게 힘들더라. 멋있는 척하는 것이 민망했다. 사실 매 촬영이 그랬다. 그날 찍으면서 조금 덜 민망해지고, 그 다음 날이 되면 또 새롭게 민망해진다. 그 촬영이 아침 첫 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더 힘들게 느껴졌고, 계속 바람을 맞으면서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 좀 익숙해졌다."
- 애드리브나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가?
"일단 대사가 끝나면 컷 되기 전까지는 계속 가는 편이다. 대사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지는 않다. 아이디어도 많이 내는 편은 아니다. 이 장면에서 불편함이 있으면 감독님께 말을 하지만 대체로 흘러가는 대로 그 안에서 최대한 살아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 "애기야, 가자"는 원래 대본에 있던 대사인가?
"그건 대본에 있었다. 제가 기억을 못 했던 건데 작가님이 종방연 때 말씀을 해주셨다. 저는 다 대본에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애기야, 가자" 뒤에 "오빠가 라면 끓여줄게"라는 제가 한 거였더라. 그때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길었다. 올라가다가 더 재미있게 하려고 그 말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웃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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