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구교환의 매력은 '날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위트가 넘친다. 그래서 늘 예상을 뛰어넘는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하는데, 그게 오히려 참 좋다. 뻔하지 않은데, 그 안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가득하다. 겸손함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구교환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기분 좋은 설렘이 묻어난다. 배우로도, 사람으로도 오래도록 보고 싶고, 앞으로도 많이 궁금해 할 '믿보배' 구교환이다.
오는 7월 3일 개봉되는 '탈주'(감독 이종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비무장지대, 철책 반대편의 삶을 향해 생사의 선을 넘어 질주하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 사이에 벌어지는 숨가쁜 추격을 그려냈다. 구교환은 북한 보위부 소좌 리현상 역을 맡아 규남 역 이제훈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현상은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유능한 장교의 삶을 살고 있다. 탈주병 발생에 대한 상황 파악을 위해 규남의 부대로 온 그는 어린 시절 알고 지낸 규남을 보호해 준다. 허나 규남의 진짜 탈주가 시작되자 자신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기를 쓰고 추격한다. 구교환은 보위부 장교의 위압적인 존재감과 어릴 적 알던 형의 다정함, 집요하고 무자비한 추격자의 모습을 자유롭게 오가며 깊이감 있는 연기 내공을 뽐냈다. 다음은 구교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그 장면을 그렇게 봐주셨다면, 제가 등장하기 전 무드, 연출, 동료 배우들이 조성해준 분위기 덕분인 거다.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온다고 했을 때 대놓고 '킹'이 나온다. 그런 디자인이 잘 되어 있다. 많은 분이 만들어 준 것이 대부분이다. 저는 장면 안에서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립밤 바르는 것도 콘티대로 정확하게 찍었다. 현상의 첫 등장에서 중요한 단어는 '뻔뻔함'이다."
"처음엔 가장 심플하게 '규남을 막아라'가 뼈대였다. 현상은 장애물이 되어야 되는 인물이다. 성공을 이뤘을 때도 마치 그 장면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다시 등장한다. 제가 해야 하는 기능적인 요소고 가장 큰 미션이다. 그 다음은 감정이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억지로 맞추는 건 아닌데 어떤 장면에서는 규남을 꼭 잡고 싶어 하고, 어떤 때는 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쏘지 않기도 한다. 이게 사실 안 붙는 건데 영화 속에서는 붙는다. 그래서 재미있는 인물이다."
"규남이 능청, 넉살을 부리면서 연기할 때가 있다. 저 사람의 지금 마음 안에는 얼마나 큰 공포와 두려움이 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응원하게 된다. 안경을 쓰면서 얘기할 때 위트있는 대사인데 안에서는 어떤 장면보다 질주하는 거다. 밤에 달리는 것도 그랬지만, 규남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버티는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그렇게 안에 있는 다른 감정이 보일 때 관객으로서의 쾌감이 있다."
"제가 인물에 다가갈 때 작업 방식 중 하나인데, 시리즈물에서 3탄, 4탄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 인물이 저에게 풍성해진다. 혼자 그려본다. 프리퀄보다는 여기까지가 좋은 것 같다. 혹시 '러브레터' 좋아하시나? 앞에 후지이 이츠키의 젊은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더 좋다. 각자 후지이 이츠키를 추억한다. 저는 관객의 목소리로 남기고 싶다.
"콘티 기반의 연기였다. 현장 와서 블로킹이나 감정이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애드리브 같은 건 잘 말씀드려서 약속을 한다. 물론 작품마다 그려야 되는 방식이 달라서 다가가는 방법도 달라진다. 리현상 같은 경우엔 텍스트에 충실해서 잘 표현하자는 마음이었다."
"진짜 겸손을 떠는 게 아니라 의상과 촬영 팀이 도와주고, 헤어, 분장팀이 도와준 거다. 그렇게 있으면 딱 그 인물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행동도 그렇게 나온다. 립밤을 바르면 또 그렇게 된다. 같이 만든다. 그래서 제가 이 작업을 좋아한다.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현상은 그 스타일이 되면 성격이 나오게 된다. 핸드크림을 바르며 보습에 신경 쓰고, 머리 가르마는 항상 반듯하고 계속 옷을 정리한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그 뒤에 숨고 싶은 것 같다. 자기감정을 쉽게 보여주는 걸 원치 않는다고 생각했다."
"5초는 잘 친다. 현상이 가장 액티브한 시기다. 하지만 예전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아서 마지막에 표정이 안 좋다. 연주 끝나고 나서 만족스럽지 못하고, 실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그런 표정을 짓는다."
"이제훈 배우는 제 캐스팅 보드에 계신 배우다. 하지만 제가 원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멀리서 지켜볼 때랑 같이 연기할 때가 똑같은 배우다. 사실 그게 어려운 일이다. 그 사람에게 이런 매력을 느꼈는데, 가까이서 들여다봐도 매력이 똑같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캐스팅 제안은 완전해져야 할 수 있다. 저는 설레발 치고 싶지 않다. 생각보다 입이 무거운 사람이다. 따로 얘기를 한 건 없다. 텍스트가 있어도 여러 요소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다 맞았을 때 할 수 있다고 본다. 혼자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없다. 우리가 음성 녹음을 하면 내 목소리가 이상해서 지우고 다시 녹음하고 그럴 때가 있지 않나. 하드웨어를 잘 마주하려고 하지 않는다.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굉장히 쑥스럽다. 준비나 모니터가 필요할 때는 하는데, 그 외에 감독님이 오케이 하거나 완성이 됐으면 그냥 두는 편이다."
"기대하시면 안 된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작업의 연장선이다. '메기' 같은 거다. 시나리오 수정 중이고, 올해 안에 크랭크인을 할 생각이다. 저에게는 큰 작업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 같은 거다. 그래서 기대하지 말아달라. 그러면 선물처럼 나타나겠다."
"연기를 좋아하고 현장을 재미있어한다."
"확확 빠져나온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어떤 장면은 저에게 추억 같다. 제 필모그래피는 일기 같은 거다. '탈주' 찍을 때 '내가 군산에서 맛있는, 불맛 나는 짜장면을 먹었지'라고 생각하고, 그 계절도 기억난다. 작품도 추억이지만 저도 추억하게 되니까 앨범 같고 움직이는 그림일기 같다. 작품으로도 그렇지만 저에게 많이 남는다. 제일 많이 남는 건 그때 먹었던 것이다."
"짜장면과 짬뽕이다. 빵집도 찾아다닌다. 뛰는 거, 걷는 거 좋아하는데, 달리면서 뭐 먹을지 스윽 본다. 로컬 맛집이 많은데 사실 리뷰보다는 직관적으로 들어간다. 맛집 아우라가 있다. 저는 먹기 위해 운동한다."
"상대 배우일 때도 있고 연출자일 때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소재일 때도 있다. '기생수'는 원작을 너무 좋아했다. 연상호 감독님과 작업하면 즐겁다. 또 한 장면이 좋으면 그 영화의 모든 단점이 사라진다. 물론 단점이 존재하지도 않지만, 하나 꽂히면 좋아하는 편이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를 꼽기가 힘들다. 매번 바뀐다. 제 장면이 아닌 걸 생각한다면 규남이 연기하는 장면이다. 본인을 숨기는 것이 슬퍼서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갈수록 옷도, 머리도 흐트러진다. 마음도. 그게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시작의 얼굴과 마지막의 얼굴이 달랐으면 하는 거다. 그러면 인물의 얼굴이 왜 변해있는지 궁금하다. 현상은 제가 처음 봤던 등장의 얼굴과 엔딩의 얼굴이 달랐다.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저도 궁금하다. 10년 후 진짜 재미있는 팟캐스트를 하고 있을 것 같다. 배우도 하고 연출도 할 거다. 팟캐스트 이름은 '충무로 깔깔깔'로 하면 어떨까.(웃음) 2MC로 할 건데 한 명은 정해져 있다. 연상호 감독님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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