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전도연이 연기 잘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그냥 전도연이 좋은 작품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전도연은 전도연이었다. 연기 자신감은 '칸의 여왕' 전도연이기에 가능했고, 반박불가의 팩트 그 자체였다.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진행된 연극 '벚꽃동산' 주연배우 인터뷰에서 전도연은 "프리뷰를 포함해 지금까지 7번 무대에 올랐다. 부담감은 여전하지만 재밌다.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있고, 그걸 즐기는 중"이라고 27년만의 연극 도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재창작한 공연이다. 연극 '메디아' '예르마' '입센 하우스' 그리고 영화 '나의 딸(더 도터)' 등을 선보인 사이먼 스톤이 직접 대본을 집필하고, 연출했다.
'벚꽃동산'은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새롭게 창작되었다. 이야기는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 분)이 서울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기업은 그녀의 오빠 송재영(손상규 분)의 방만한 경영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추억이 담긴 아름다운 저택도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자수성가한 기업가 황두식(박해수 분)이 그들에게 찾아와 몰락해가는 기업과 저택을 보존할 방법을 제안한다.
전도연은 "연극 '벚꽃동산'은 구세대와 신세대의 충돌을 그린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향해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바라는 새 시대는 다르지 않을까 싶다"며 작품의 의미와 메시지를 관객 몫으로 남겼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변화를 무서워하는 사람이에요. 제 일상의 작은 변화 하나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시대는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면 좋겠어요. 구체적으로 변화 방향은 알 수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났으면 해요."
실제로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전도연은 극중 두 딸과 아들의 엄마 송도영 역을 맡았다. 이중 큰 딸은 입양했고, 막내 아들은 불미스러운 사고로 생을 달리했다.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별개로 도영은 여전히 철 없고 순수한, 압도적으로 사랑스러운 여자다.
전도연은 "사이먼과 일주일간 워크숍을 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사이 사이먼은 우리를 관찰했다. 사이먼은 '대본 받아도 무리 없을거다. 왜냐면 너희들이 반영돼 있으니까'라고 하더라"라면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내 성격이나 성향들이 캐릭터에 많이 반영돼 있긴 한것 같다"고 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땐 도영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본인의 상처와 고통을 가족과 딸들에게 전하는, 일종의 고통분담을 시킨 부분에 당황했죠. 그래서 관객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때마다 사이먼은 '걱정 마라. 그냥 그 맑은 영혼이 고스란히 전달될 거다'라고 해줬어요."
극중 도영은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이기에 앞서 자체로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스스로 "저는 세월을 잘 피해온 것 같아" "저를 보면 아직 빛나지 않나요?"고 이야기하는 도영은 전도연을 만나 자연스럽게 사랑스러움을 덧입었다.
전도연은 "솔직히 그런 대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진짜 괜찮겠냐' '나 돌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사이먼이 '뭘 해도 된다. 하기만 해도 된다'고 믿음을 주더라"고 연습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프리뷰부터 총 7회 무대에 섰어요. 첫 무대 전엔 죽고 싶고, 도망가고 싶었고, 자신이 없었어요. '내가 내 발등을 찍었다' '내가 왜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스스로 선택했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정신없이 첫 공연을 마쳤죠. 지금은 그만큼 고통은 없지만 늘 긴장되고 떨리고 불안함이 있어요. 아마도 공연 끝날 때까지 그렇겠죠? 그래도 마냥 싫은 긴장감이나 불안감은 아니에요. 저 스스로도 이 불안정함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벚꽃동산'은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