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속된 말이지만, 한 마디로 '또라이'와 '사이코'의 비호감 대결이다. "공감도, 이해도 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신혜선과 "비호감으로 보이길 바란다."라는 변요한의 말처럼, 절대 곁에 두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두 캐릭터가 제대로 붙었다. 변요한과 신혜선은 쉽지 않았을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할 뿐만 아니라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들린 열연을 펼친다. 그래서 묻고 싶다. "'그녀가 죽었다'가 은퇴작은 아니죠?"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분)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구정태는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는 취미를 지닌 공인중개사다. "나쁜 짓은 절대 안 해요. 그냥 보기만 하는 거"라고 말하는 그는 그 집의 사소한 부분을 점검하고 고쳐주고는 기념으로 조금은 불필요한 물건 하나를 들고 와 자신의 창고에 전시한다.
그러던 중 구정태는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며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에게 흥미를 느끼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한소라의 집까지 드나들던 구정태는 어느 날, 그녀가 소파에 죽은 채 늘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날이 관찰 152일째 되던 날.
그 후 그가 한소라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협박을 시작하고, 사건을 맡은 강력반 형사 오영주(이엘 분)의 수사망이 그를 향해 좁혀온다. 스스로 범인을 찾아야 하는 구정태는 한소라의 SNS를 통해 주변 인물들을 뒤지며 진범을 찾아 나선다.
연출 방식이 독특하고 새롭다. 전반부는 구정태, 후반부는 한소라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각각의 심경과 상황을 내레이션으로 전달한다. 구정태가 고객의 집에서 자신의 취미를 즐기는 모습부터 한소라에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과정까지 빠른 속도로 펼쳐진다. 탄탄하게 구축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크다. 캐릭터의 성격이 상상을 초월하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고, 그 덕분에 지루함 없이 극 속에 빠져들게 된다.
김세휘 감독은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섬세하고 유려한 연출력을 뽐낸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그려내면서도 엔딩에선 범죄 미화에 대한 우려도 완벽하게 지워냈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천재 감독"이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싶을 정도. 오랜만에 만나 더욱 반가운, 신박하고 재미있는 스릴러의 탄생이다.
변요한과 신혜선은 그야말로 '인생 연기'를 또 경신했다. 분명 지금까지 많이 봐온 변요한과 신혜선인데, '그녀가 죽었다' 속 두 사람의 얼굴은 신선하고 새롭다. 그만큼 캐릭터에 완벽히 동화되어 '비호감' 대파티를 보여줬다는 의미다. 변요한 특유의 유머 코드도 재미 포인트다. 심각한 상황에서 생각지 못하게 빵 터지는 구간이 있다.
'딕션 요정'이라 불리는 신혜선은 '그녀가 죽었다'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한다. 후반 신들린 연기로 휘몰아치는 전개를 완전히 이끈다. 진짜 돌아버린 게 아닌가 싶어 소름 끼치고 무서워지는 순간이 여러 번 찾아온다. 눈빛, 표정은 물론 "내가 제일 불쌍해"라며 발악하는 모습까지, 믿고 봐도 좋을 신혜선이다.
5월 15일 개봉. 러닝타임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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