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내가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거가?"라고 묻는 탈북자 송중기. '로기완'이 담은 질문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을까.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로기완'(My Name is Loh Kiwan/감독 김희진)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희진 감독, 송중기, 최성은이 참석했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자신의 이름도, 국적도 증명할 수 없는 이방인이 낯선 유럽 땅에서 겪게 되는 고난과 아픔, 그리고 냉혹한 현실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각색된 작품으로, 단편 영화 '수학여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아시아나 국제단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김희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김희진 감독이 각본까지 맡았다.
송중기는 살기 위해 베를린으로 간 탈북자 로기완 역을, 최성은은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사격선수 출신의 마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또 와엘 세르숩, 조한철, 김성령, 이일화, 이상희, 서현우 등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날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 작가로 일을 시작했다. 멜로 영화로 각색을 해서 연출을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라며 "원작 소설을 좋아했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데뷔한다는 것이 상당히 귀하게 느껴져서 준비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로기완 역으로 돌아온 송중기는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 공개할 때마다 같은 마음이지만 '로기완'은 유독 이 작품이 주는 정서가 있어서 그런지 긴장이 더 많이 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로기완'은 기완이의 삶의 여정이 담긴 영화다. 끊어진 것 같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로 떠나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기완의 힘든 여정을 담았다"라며 "그 안에서 많은 일도 일어나고 힐링도 받는다. 그 힐링을 마리를 통해서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찍은 이 영화를 '힐링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송중기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가 꽤 오래 전이다. 6~7년 정도 됐다. 너무 신선했다. 먹먹했다는 느낌이 솔직한 답변인 것 같다"라며 "그 때는 김희진 감독님이 쓰신 것도 몰랐고, 뒤에 있는 정보도 몰랐다. 글만 보고 먹먹하고 신선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북한 사투리를 소화해야 했던 송중기는 "사투리를 처음 해봤다. 부족하지만 해보고 싶었고, 제가 신선해지고 싶었다"라며 "재미있는 시도였고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라고 북한 사투리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은 심지가 굳은 사람이고 진흙탕 안에서 꽃을 피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송중기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드렸을 때 흔쾌히, 로기완이 되겠다고 했을 때 벅찼던 기억이 있다"라며 "북한말 사용이나 외향의 느낌이 인상적이다. 우리 영화에만 발견할 수 있는 얼굴이 있다"라고 전했다.
또 "너무나 처연해서 안아주고 싶은 얼굴도 있고, 서늘해서 얼어붙게 하는 얼굴도 있다"라며 "그것이 시청자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송중기 배우의 오랜 팬분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거라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송중기 배우를 고집한 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미모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오히려 좋았다"라며 "기완이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10 정도 움직이겠지? 라고 생각했다면 결과는 20이 움직였다. 미모 덕을 봤다"라고 덧붙였다.
로기완에게 희망이 된 마리 역을 맡은 최성은은 "사격은 잘하는 것보다 폼이 나오는 것이 중요했다. 제가 하는만큼 나온다는 느낌이라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됐다"라며 "하지만 불어는 너무 어렵더라. 불어라는 언어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잘하는 것처럼 해야 해서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송중기는 "성은 씨를 오디션에서 만난 날 놀랐다"라는 김희진 감독의 말에 "제가 감독님 말을 보증할 수 있다. 배우 캐스팅을 할 때 성은 씨 만나고 나서 감독님이 성은 씨에게 꽂혀있었다. 나중에 이유를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희진 감독은 "성은 씨가 앞에 한 작품 다 봤고 인상적이었다. 마리로 오디션장에 나타났을 때 고유한 것을 지니고 있었다. 이 사람은 어떻게 배역마다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송중기는 "성은 씨와 같이 찍은 첫 촬영이 세탁소 장면이었다. 제가 먼저 촬영을 시작했고 성은 씨는 조금 있다가 합류했다"라며 "저는 스태프들과 이미 호흡을 맞추고 있었지만 성은 씨는 첫 날이었다. 성은 씨가 빨간 옷을 입고 세탁소에 들어와서 담배를 피우는데 미술 감독님이 '화양연화 같다'는 말을 한 걸 들었다. 스태프들 에너지가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또 송중기는 최성은에 대해 "작품 외적으로 처음 본 건 '시동' 때다. '아스달 연대기' 촬영 때 옆 세트라서 현장에 놀러갔다"라며 "긴 가발을 쓰고 있어 쑥스러워서 안 가려고 했는데 마동석 형도 이상한 가발을 써서, 둘이 같이 이상한 가발을 쓰고 밥을 먹었다. 그때 성은 씨가 있었다. 말수가 없고 쑥스러워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동' 영화를 봤는데 '저런 연기를 하시는구나' 깜짝 놀랐다. 그 다음 드라마 '괴물'을 봤는데 놀라면서 봤다"라며 "그런 다음 작품을 통해 만났는데 현장에서 성은 씨의 에너지는 그 사람만의 유니크한 에너지가 있다. 저는 마리가 한국 영화에서 자랑스러워할 캐릭터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최성은 배우가 딱 맞았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송중기는 "대본을 보고 이방인이라는 이미지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개인적으로는 죄책감이라는 단어를 대본에 계속 써놓고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을 몇 년 동안 했던 것 같다. 죄책감을 벗어나는 부분에서 힐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답을 내린 건 같이 더불어 사는 사람이었다. 거기에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마리이고, 사람이다"라고 '로기완'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강조했다.
'로기완'은 오는 3월 1일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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