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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① 윤여정 "상의 허망함 아는 나이에 오스카 수상, 더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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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우 윤여정, 영화 '도그데이즈' 성공한 건축가 민서 役 열연
김덕민 감독과 전우애 "입봉하면 하겠다는 약속 지키려 출연"
"미련할 정도로 대본 많이 보며 암기, 작가 존중해 대사 안 바꿔"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미나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오스카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운 배우 윤여정이 '도그데이즈'로 돌아왔다. 존재만으로도 묵직함을 안겨주며 윤여정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조감독 19년 만에 입봉을 하게 된 김덕민 감독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출연을 하게 됐다는 윤여정은 등장할 때마다 깊은 여운을 안기며 '멋진 어른'의 표본을 보여준다. 상을 대하는 자세 역시 마찬가지. 오스카 이후 처음으로 국내 기자들과 인터뷰로 만나게 된 윤여정은 상의 의미를 되새기기 보다는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나이에 '기쁜 사고'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지난 7일 개봉된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로, 윤여정과 유해진, 김서형, 김윤진, 정성화,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배우 윤여정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윤여정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윤여정은 무뚝뚝하고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하나뿐인 가족 완다에게 만큼은 누구보다 다정한 세계적 건축가 민서 역을 맡았다. 큰 성공을 거두고 모두의 존경을 받는 민서는 사실 집에서 혼자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완다와 일상을 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완다를 찾기 위해 자신의 집에 배달을 오던 MZ 라이더 진우(탕준상 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민서를 통해 특유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매력을 뽐낸 윤여정은 까칠한 말투 속에서도 타인을 이해하고 반려견을 사랑하는 따뜻한 내면을 디테일하게 표현해 내 깊은 공감을 안긴다. 특히 탕준상과 함께 하는 장면은 젊은 세대를 안아주고 이해하려는 멋진 어른의 모습으로 뭉클한 여운과 울림을 전한다.

민상 역의 유해진은 윤여정과 탕준상이 목공소 밖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고백하며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세월과 연륜이 묻어나는 눈빛과 표정, 삶을 관통하는 듯한 대사 한 마디만으로도 마음을 울리고 위로를 안기는 윤여정이다. 다음은 윤여정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도그데이즈'의 영화적인 매력은 무엇인가?

"그런 건 없고 감독 때문에 하기로 했다. 감독과 '그것만이 내 세상'을 같이 했다. 조감독이었는데, 전우애가 쌓였다. 조감독을 19년 했다고 하더라. 세상 살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싶더라. 같이 개취급을 당했다. 그래서 입봉하면 내가 하겠다고 했던 결심을 지킨 거다."

배우 윤여정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윤여정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 작품 선택 기준이 명확한 것 같다.

"늘 다르다. 내가 잘 나가는 배우가 아니다 보니 선택지가 많지는 않다. 시나리오 좋거나 내 역할이 좋거나 때론 돈을 많이 주거나 하는 건데, 이번에는 감독과의 인연을 본 거다. 저번에 했던 건 이번엔 안 한다는 것을 지키려 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람을 보고 하는 식이다."

- 사람을 본다는 건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인가?

"나이가 들어서다. 이제는 정리해야 할 나이인데, 아직도 일하고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주변에선 병들고 아프고 한데, 나는 일이 일상이 됐다. 감사하게 하고 있어서 고민이 많지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 건축가 역할을 맡았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나?

"집 꾸미는 건 아니지만 집에는 그 사람의 냄새가 난다. 46살에 들어가서 30년 넘게 살았다. 해외 왔다갔다 하니까 너무 힘들어서 수리를 맡겼다. 그러다 보니 이건 내 집이 아닌 것 같더라."

- 민서라는 역할이 배우와 일치율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대본에서 추가한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대본 안 바꾼다. 구세대라 그렇게 훈련을 받았다. 김수현 작가 드라마를 할 때 대사 토씨 하나 바꾸면 큰일난다. 나는 작가를 존중한다. 작가가 얼마나 피땀 흘려 쓴 글인데 나 편하자고 내 입에 맞추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대로 한다. 애드리브도 할 줄 모르고 또 싫어한다."

배우 탕준상과 윤여정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탕준상과 윤여정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 대본을 자다가도 볼 정도로 많이 보는 편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대본을 많이 보는 편이다. 미련할 정도로 요즘에도 보고 또 본다. 자다가도 본다. 그 인물이 되려고 하는 나의 노력이다. 너무 늙어서, 계속 잊어버리니까 또 보게 된다. 암기 비법은 없다. 그저 마르고 닳도록 외우는 거다. 그래야 그 인물이 될 수 있다. 내가 클래식 하는 사람들을 많이 안다. 아직도 모차르트 곡을 엄청 연습한다. 조성진도 3, 4시간씩 연습을 하더라. 꾸준한 연습은 아무도 못 당한다. 저는 그렇게 못하는데, 조성진에게 '너는 그 악보를 다 외우냐?'라고 하면 '선생님은 대사를 외우지 않나'라고 한다. '나는 말인데 악보는 다르지 않냐'라고 했더니 '선생님은 매번 다른 거 외우지 않나'라고 말해서 '그럼 내가 이런 거냐'라고 하기도 했다.(웃음)"

- 계속 작품을 하고 있는데 힘들지 않나?

"체력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낀다. '파친코' 때문에 해외 오고 가면 진이 빠진다. 그래서 몸보신도 하고 그런다."

- 반려동물을 키워보기도 했나?

"한번 잃어버린 후 다시 키우지 않는다. 반려동물은 자식을 기르는 것과 같다. 이제는 그렇게 키울 수가 없다. 입양해야지 하다가도 키울 자신이 없어서 외롭게 살다가 가려고 한다."

- 영화 결말에서 민서의 결정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녀의 관용이다. 지병이 있다 보니 지유(윤채나 분)에게 맡기는 것이 아름다운 배려라고 생각한다. 지유가 완다를 잘 키우고 사랑을 줄 것 같다고 생각한 거고, 현명한 거다. 지유와 완다를 모두를 위해 잘하고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

- 처음 건축가로 나왔을 때 외에는 계속 노메이크업이었다. 의도한 것인가?

"의도했다. 집에서 배달음식 시켜 먹고 하는데 누가 화장을 하냐. 화장하기 싫을 것이고, 집에서 눈썹 붙이고 있는 게 이상하다."

배우 윤여정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윤여정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 오스카 수상 이후 노년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 많아진 것이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문희, 김영옥 배우가 출연한 '소풍'도 있는데, 뿌듯한 점이 있나?

"세상이 변하는 건 쉽지 않은데 조금씩 변해가는 건 고마운 일이다. 내가 오스카상을 받았다고 해서, 문희 언니와 영옥 언니가 그 작품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수 시대다 보니 노인을 주제로 하는 영화도 나올 수 있다. 자연스러운 거다."

- 오스카 수상이라는 큰 일이 있었다. 소회가 궁금하다.

"상이라는 건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봉준호가 먼저 문을 두드렸다. 그전까지 우리에게 누가 관심이 있었나.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졌고 불가사의하게도 제가 그 상을 받은 거다. 저도 신기했다. '화녀'가 데뷔작인데, 청룡영화상에서 주연상을 탔다. 그때 '세상은 내 것이구나', '난 정말 연기를 잘하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상의 허망함을 알게 됐다. 상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이에 상을 받아서 더 감사했고, 기쁜 일이다. 사고 같은 일이지만 기쁜 사고라고 생각하고 내 일상을 살 수 있어 감사한 나이가 되어 좋았다."

- '미나리'에 같이 출연한 스티븐 연이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상을 타서 축하 문자를 보냈다. LA에서 만나기도 했는데, '워킹데드'로 유명하더라.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있더라. 어렵게 같이 찍었다 보니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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