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② 김태리 "대상 다음날, 들뜬 나 깨달아…'정년이'에 집중"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SBS에서 처음으로 한 주연작 '악귀'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소름 돋는 연기로 안방 시청자들의 찬사를 이끈 김태리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김태리는 스스로 들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며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에 '외계+인' 시리즈에 대한 사랑도 잊지 않았다. 유쾌한 에너지 속 배우로서 더욱 단단해졌음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다.

'외계+인' 2부(감독 최동훈)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2022년 여름 개봉된 1부의 후속편이다. '타짜', '전우치', '암살' 등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다운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펼쳐냈으며, 놀라운 CG와 압도적 스케일로 시선을 압도한다.

특히 1부에서 궁금증을 남겼던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면서 일명 '떡밥 회수'가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외계+인' 2부는 지난 10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부에서 빈틈없는 앙상블을 보여줬던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이 더욱 끈끈한 호흡을 자랑하며, 탄탄한 연기력의 진선규가 맹인 검객 능파 역으로 새롭게 합류해 재미를 안긴다.

김태리는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가 10년의 세월을 산 천둥 쏘는 처자 이안 역을 맡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후반부 캐릭터의 반전과 변화로 인해 전혀 다른 감정선과 액션을 그려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어떤 연기든 믿고 보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김태리를 마주할 때 쾌감이 급상승한다. 다음은 김태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후반부에 설정상 연기 톤이 달라지는데 어떻게 설정을 했나.

"소지섭 선배님의 연기를 참고했다. 저는 후반에 찍었다 보니 김의성 선배님에게도 물어보고 무술 감독님께도 자문했다. 덩치 차이에서 오는 어색함이 있을 수 있다 보니 그것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감독님은 간결한 느낌을 원하셨다. '으악' 소리를 지리는 것 말고 가만히 있어도 포스가 흘러나오는 걸 원하셨다."

- 액션에서도 달라진 부분이 있나?

"방금 언급한 것처럼 간결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도사들의 도포가 휘날리는 화려함보다는 딱 떨어지는, 경제적인 동작을 원하시더라. 저는 사실 화려한 것을 하고 싶었다.(웃음) 그 부분이 아쉬웠지만 너무 즐거웠다."

- 호기심이 많은 편이고 최동훈 감독과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했는데,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 있나?

"무륵을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대사 부분을 조금 바꿀 수 있게 해주셨다. 감독님이 써주신 것에서 이안의 10년을 녹아내고자 썼던 기억이 난다. 함축적이고 많은 시간이 대사 안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 CG가 완벽하게 구현이 된 장면을 본 소감이 어떤가?

"CG 부분은 멋있고 놀랍게 구현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에너지를 받아서 로봇의 갑옷을 입을 때 어떻게 구현이 될지 궁금했다. CG가 오래 걸렸다. 어려운 작업이라고 들었는데 잘 된 것 같다."

- '외계+인' 현장만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다들 한 몸처럼 움직였던 것 같다. 처음 영화를 할 때는 '어떻게 다 따로 움직이지?' 했다. 각자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한다. 그리고 그것이 모여 하나의 예술을 만든다. 그런데 이번 현장은 이해한 채로 현장을 대하니까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들 표정만 봐도 안다. 이들이 배우들을 응원하고 있구나, 느껴졌다. 현장은 감독님 스타일을 따라가는 것 같다. 현장에서 큰 소리를 내는 스태프가 없다. 선배들도 많았는데, 무서운 분들이 한 명도 없다."

- 시나리오로 봤을 때 기대했던 장면이 있다면?

"저는 엔딩의 엔딩신이 기대가 됐다. 혼자 남은 이안이 어떤 식으로 나올까 싶었는데, 사실 영화에는 편집된 장면도 있다. 이안이가 침대에 혼자 누웠을 때 키가 커서 다리가 밖으로 나온다. 그 장면이 너무 좋다. 이 아이가 백 마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있다. 분명 시간은 며칠 흐른 건데, 10년이 지나 방에 와서 다 자란 몸으로 천장을 바라보는데 우주가 있다. 별 소품이 있다. 모두가 떠난 집에 혼자 있는 모습이 궁금했다."

- 최동훈 감독은 어떤 감독인가?

"너무 어른 같은데 아이 같다. 양면을 동시에 가진 사람 같다. 그래서 낭만적이다. 아이의 순수함을 가진 어린이랄까. 배우들 연기하기 전에 보여주시는 것이 있다. 그걸 보고 '오케이!' 똑같이 하겠다고 하면서 들어간다. 감독님이 구현하는 그림이나 톤이 재미있다. 그런 것을 직접 해주시는데 어떤 느낌인지 알고, 열정과 에너지를 다 느낄 수 있다. 감독님이 연기도 잘하신다.(웃음)"

- '악귀'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뜻깊게 새해를 열었고, 긴 시간 간직해온 '외계+인' 2부도 개봉을 하게 됐다. 그 사이의 배우 길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후회되는 지점은 없는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못했던 부분에 대한 아쉬운 지점은 있지만, 그때 나 자신의 한계였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엔 해내야지'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후회는 없다."

- 대상을 받고 난 후 어떤 마음이었나?

"대상을 받고 그 다음 날 저녁이었다. '정년이' 촬영 중이었는데, 모니터 영상이 있다. 요즘은 바로 받아서 찍은 것을 볼 수 있어서 복기를 하기 위해 보는데 너무 아쉬운 거다. 그때 깨달은 것이 '지금 나 들떠 있나?'였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년이'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생각이다."

- 쇼트커트도 그렇고 촬영 중인 '정년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소리를 많이 배웠는데, 정말 재미있다. 현재는 '정년이' 촬영만 집중하고 있다."

- 취미가 있다면?

"요즘 저의 취미는 게임이다. 퀘스트를 깨고 있으면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게임의)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취미는 사유를 빼는 행위다. 일상에서 계속 생각을 하지 않나. 하지만 취미는 생각을 뺀다. 비워낼 수 있어서 좋다."

- 류준열 배우와는 정말 장난도 많이 치고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워 보인다.

"준열 오빠는 정말 다른 사람이다. 재미있고 놀라운 지점도 있다. 많이 알게 되는 지점도 있고 배우게 되는 지점도 있다. 그런 차이점이 재미있다."

- '외계+인' 2부를 봐야 하는 이유를 꼽아준다면?

"1부를 보고 궁금했던 지점이 많을 것 같다.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풀어지고 엔딩에 가서는 최동훈 감독님 영화 아니면 볼 수 없던 신도 나오니까, 그런 부분에서 기대를 해달라. 1부 안 보고도 2부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