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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① "침묵의 욕구有" 정우성, 13년 만에 완성한 '사랑한다고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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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우 정우성, '사랑한다고 말해줘' 청각 장애 가진 화가 차진우 役 열연
13년 전 만난 원작, 소리 없는 연기 제약…김윤진 감독·신현빈 만나 완성
"소리 반응 배제 첫 번째 허들…고요함과 정적이 주는 집중"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정우성이 11년 만에 멜로 '사랑한다고 말해줘'로 돌아와 다시 한 번 깊은 감성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각 장애 연기를 위해 수어부터 표정, 눈빛 연기까지 많은 것을 해내야 했던 정우성은 이렇게 깊은 배우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며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역시 정우성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사랑한다고 말해줘'다.

지난 16일 종영된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연출 김윤진, 극본 김민정, 원작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드라마다.

배우 정우성이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차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배우 정우성이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차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청각장애로 인한 소통의 시차로 어긋나 이별을 택했던 차진우와 정모은은 결국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재회해 다시 사랑을 이루게 됐다. 마지막 회 엔딩엔 차진우의 "사랑해, 모은"이라는 내레이션이 더해져 진한 여운을 남겼다.

정우성은 11년 만에 멜로 드라마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정우성은 어린 시절 이유 모를 열병으로 인해 청력을 상실한 차진우 역을 맡아 배우를 꿈꾸는 정모은 역 신현빈과 가슴 설레는 멜로 호흡을 맞췄다. 말이 아닌 눈빛과 표정, 그리고 수어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며 서로의 위로가 되어준 차진우와 정모은의 사랑 이야기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더욱 반짝반짝 빛이 났다는 평가를 얻었다.

정우성은 눈빛을 언어 삼아, 표정을 고백 삼아 사랑을 속삭이며 멜로 눈빛의 진수를 보여줬다. 또한 완벽한 수어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고, 고요한 세상을 대변하는 내레이션은 매 회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에 정우성은 지난 16일 종영을 앞두고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차진우를 연기하기까지의 과정과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했다.

배우 정우성이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차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배우 정우성이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차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 요즘 보기 드문 감성, 천천히 생각하게 하는 정서의 드라마였다. 어떤 점에 이끌려 이 작품을 선택하고 제작하게 됐나?

"13년 전에 원작 드라마를 봤는데 주인공 내레이션이 2부 엔딩에 나온다. 소리 없는 연기를 계속 보다가 2부 엔딩의 마음의 소리가 제 가슴에 와서 찔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당시를 돌아보면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배우들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식어는 최고, 더 좋을 수 없는 형용사들로 난무했다. 이렇게 소리가 많은데, 과연 이 소리의 가치 부여는 정당하게 되고 있는 건지, 그 소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건가 할 때였다. 그러다 사유의 깊이가 있고 천천히, 곱씹을 수 있는 이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서로에 대해 상실해가고 있을 때였으니까, 차분히 침묵하면서 바라보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당시 제작을 하겠다고 하는데 방송국에서는 주인공이 소리 없이 연기하는 것이 16부까지 가면 안 본다고 하더라. 3부쯤에 목소리가 트이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하는데, 저는 그걸 제안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시절 정우성이 멜로를 한다니까 오케이 하고 내용은 수정해서 뻔한 멜로, 길거리 화가와 연극배우를 꿈꾸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상상하는 것 같더라. 아직은 안 되는구나 싶어서 연을 놓았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서 제 앞에 컨펌을 할 기회가 왔다. 그때도 여기저기 두드렸고 몇 년 준비해서 이렇게 함께 하게 됐다."

- 배우로서 극 안에서 연기를 해봤을 때 느끼게 된 미덕은 무엇인가?

"처음 대본 회의를 할 때, 아무래도 소비되는 드라마의 패턴이나 트렌드를 따른다는 목적하에서 요구가 되는 것이 있다. 사건이나 갈등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갈등은 입장 차이로 인한 갈등이고, 입장 차이에서 서로의 감정에 부합하지 못하는 나의 입장을 발견하는 것이 커다란 사건이다. 소통의 방식, 음성 언어를 쓰고 있는 우리의 깊이는 정당하냐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드라마여서, 그건 훼손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지켜나가려 했다. 김윤진 연출을 만나고 신현빈 배우를 만나면서 방향성, 동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확인했다. 대본 나올 때마다 회의할 때 재미있는 요소가 있지 않나 고민하기보다는,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어휘, 감정은 무엇인지 계속 찾아갔던 작업의 연속이었다. 끝까지 그걸 놓치지 않으려 했고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이 된 것 같은 드라마라 반갑고 기쁘다."

- 엔딩에 "사랑해, 모은"이라고 한다. 마음의 소리를 보여줬다는 의미인가?

"진우의 목소리로 끝나길 원했는데, 모은에게 하는 한마디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소리를 듣는 나의 입장에서의 바람이다. 그 소리가 진우가 진성으로 내는 목소리가 아닐지언정, 모은에게 들리는 마음의 목소리를 시청자가 같이 들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걸 제안했고 다들 동의하고 좋아해 줬다."

- 진우가 딱 한 번, 모은의 이름을 소리 내서 말한다. 그 장면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원작에서도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원작과는 다른 상황으로 흘러가긴 했지만 작가도 그걸 살리고 싶어 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타이밍이 적절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 신 촬영 리허설을 하는데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슛 갈 때 모은의 이름을 부르니까 감독도 깜짝 놀라고, 동시 기사도 그렇고 다들 진우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거라 깜짝 놀란 거다. 그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즉석에서 한 거다. 연출자도 '형, 여기가 맞는 것 같다'라고 하더라."

배우 정우성이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차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배우 정우성이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차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 수어를 해야 하는 과정에서 감정도 담아야 해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특히 메이킹을 보면, 안 들려야 하는데 소리에 반응하는 모습도 보이던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허들이었다. 수어는 당연히 내가 가져가야 하는 언어였다. 저는 수어만을 구사하고 진우의 표정을 절제해야겠다는 계산을 넣었다. 사실 저보다는 기현(허준석 분)이나 서경(김지현 분) 같이 대사를 하면서 수어를 하는 것이 어려운 연기였다. 저희가 사용하는 말과 어순이 다르다. 그들이 더 큰 고생을 했다. 저는 글로 작성된 대사를 수어 표현법에 바꾸거나 삭제하고 외우고 연기를 하면 됐다."

- 진우가 오해를 받아 경찰서에 잡혀 있을 때 주먹으로 여러 차례 내려치다 보니 시계가 풀리기도 했더라. 연기하면서도 진우의 상황에 동화가 되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오해받을 여지가 더 많은 거다. 사실 청각 장애는 은유라는 생각이 든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도 있겠지만,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을 주제로 담고 있다. 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소리가 배제된 상황에서 살아가는 진우가 받을 수 있는 오해를 은유적으로 가져다 놨지만, 같은 음성 언어를 사용하고 소통을 잘한다고 하는 우리도 오해가 많다."

-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앞서 코다를 다룬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최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작품은 10대, 밴드 이야기가 담기다 보니 밝은 분위기가 나긴 했지만, 청각 장애를 다룬다는 점에서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런 소재의 작품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나.

"잠깐 봤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몇 년 전부터 준비한 것인데, 그만큼 시대가 다양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대상에 관심이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 드라마가 있다는 걸 듣고 봤는데 다행스러웠다. 13년 전에는 3부에서 주인공 목소리를 트이게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던 내가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걸 발견하니까 반갑고 좋더라."

배우 정우성이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차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배우 정우성이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차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 수어를 할 때 자막을 보여주는데, 수어를 음성으로 들려주는 방안을 생각하기도 했나?

"목소리를 담자는 의견을 연출을 통해서 잠깐 듣기는 했는데 심각하게 논의가 되지는 않았다. 어느새 의도치 않게 모든 영상에 자막을 달고 자막으로 상황을 인지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막으로 전달하는 것에서 부담을 안 느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아무래도 작품 전반적으로 고요함과 정적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

"집중이라고 생각한다. 연출가에게도 우리 드라마는 침묵과 고요 안에 속에 있는 차진우를 다루고 있지만 정적이 흐를 때의 작은 소리는 세심하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드라마를 볼 때 가장 좋아하는 건 버스 정류장에서 인물이 차를 기다리거나 할 때 차도에서 지나가는 차의 소리, 뒤에 있는 화단에서 울고 있는 풀벌레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다. 그런 것이 담긴 드라마를 볼 때 좋다. 우리 드라마도 그래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 소리에 대한 고민, 차분히 침묵하면서 바라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잘 듣는 사회가 된 것 같은가?

"아직도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발달하는 문화를 어떤 성숙한 자세로 수용해야 하는지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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