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연기 참 잘하는' 신예의 발견이다. 이미 독립 영화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홍사빈이 송중기 손을 잡고 '화란'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인지라 처음 해보는 라운드 인터뷰가 어색해 바짝 언 상태로 대답을 이어가던 홍사빈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배가 아플 정도"라고 농담을 하며 귀여운 면모를 드러냈다. 풋풋함과 연기를 향한 열정, '화란' 제작진과 선배들을 향한 고마움까지, 다양한 매력을 뽐낸 홍사빈이다.
지난 11일 개봉된 '화란'(감독 김창훈)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영화다. 송중기가 작품의 힘에 매료되어 노 개런티 출연을 역으로 제안해 화제를 모았으며, 신예 홍사빈과 김형서(비비)가 출연해 탄탄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의 영화를 소개하는 '주목할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되어 김창훈 감독과 송중기, 홍사빈, 김형서이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대되어 관객들을 만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홍사빈은 고등학생 연규 역을 맡아 송중기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냈다. 연규는 가정폭력의 아픔을 가진 소년으로, 피가 섞이지 않은 동생 하얀(김형서 분)과 심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런 연규 앞에 치건이 나타나고, 치건을 닮고 싶은 연규는 조직에 발을 들이게 된다. 홍사빈은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어린 존재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두려움을 삼키고 더 센 척하는 연규를 섬세하게 연기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로 우뚝 섰다. 다음은 홍사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화 공개 이후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다. 찾아본 반응도 있나?
"진짜 너무너무 좋고 기분 좋고 감사하다. 애써서 찾아보는 것이 두려워서 많이 못 본 것 같다."
- 영화 완성본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저는 항상 매우 만족이다. 후시하고 봤던 영화와 칸의 느낌, 또 언론 시사회에서 본 느낌이 다 다르더라. 보면서 매번 이해를 다시 했고 속도감도 다르게 느꼈다. 세 편 모두 다 다른 영화처럼 느껴져서 언젠가는 감독님의 감독판이 나와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간절한 마음으로 오디션에 임했다고 들었다.
"배우로서 26살의 홍사빈이 연규를 만나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원이 되고 싶었다. 매번 간절하다. 간절하지 않으면 연기로 보강이 안 되는 배우인지라 열심히, 간절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 송중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낯설고 생소했다. 항상 멀리서 뵈었던 분이라 생경했는데 배우 대 배우로 대해주셨다. 연기하는 호흡에서 응원하고 믿어주는 것이 느껴져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었고 늘 감사하게 생각했다."
- 칸에서 인터뷰 때 송중기 배우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왜 그랬나.
"저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마음이 열리는데 칸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처음 겪어본 현장이라 정신이 없었다. 저를 많이 내려놓고 긴장 덜해야지 했는데 안 되더라.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고 얘기를 할 때 당연한 마음처럼 눈물이 났는데 선배님은 '뭘 또 그런 거로 우냐'며 다독여주셨다. 하지만 전 선배님 생각하면 감사한 것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 울 수 있다.(웃음)"
- 어떤 점이 그렇게 감사했나.
"그만큼 호흡을 들여서 연기하는 기회가 적었지만, 연기하면서 도와준 분들, 믿어준 분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중기 선배님은 마음이 많이 닿았던 분이다. 대하는 방법이나 이끌어주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진심 앞에 장사가 없다 보니 감사한 마음이 크다."
- 같은 소속사 선배 황정민 배우가 서운해하진 않을까. 송중기 배우 말로는 캐스팅되고 난 후 '잘 부탁한다'라는 전화까지 했다고 하던데, 황정민 배우가 따로 조언해준 것이 있나.
"조언이라고 할 것이 없을 정도로 평소에 많은 얘기를 해준다. 가장 중요한 건 태도를 많이 배웠다. 신인 배우로서 연기를 잘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는데, 그 이전에 일할 때의 마음가짐,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 처음 칸 초청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땠나. 굉장히 감격스러웠을 것 같다.
"전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는데 부재중 전화가 많았다. 그중에 한재덕 대표님이 있어서 제일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 일순위라고 생각했다. 미흡한 장면이 있어서 후시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인가 싶어서 전화했더니 턱시도를 맞추라고 하시더라. 칸에 간다는 말을 듣고 20분 동안 엄청나게 울었다. 이후에 온 축하 전화도 창피할 정도로 많이 울면서 받았다. 평소에도 많이 운다.(웃음)"
- 그렇게 많이 운 건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하는데(웃음). 작품을 하는 것도 영광인데 칸에 간다는 것이 너무 영광이었다. 연규가 하얀이와 '뭐하고 돌아다니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라는 대사를 한다. 거의 이틀을 울었다. 연규로서도 홍사빈으로서도 많이 와닿았던 대사다. 솔직히 제가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나. 아무리 잘해도 못 따라갈 것 같고 저 자신에 대한 불신이 많다. 그럼에도 노력을 많이 한다.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 하는데 눈물이 줄줄 났었다. 그렇게 애쓰고 있던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또 기특했는지 울컥했고 나름 칭찬을 해준 시간이었던 것 같다."
- 이름이 처음으로 나오는 영화이고, 첫 주연 영화가 칸에서 상영됐다는 점에서 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그것(부담감)을 외면했다. 사실 저는 제 영화를 잘 못 본다. 현장 편집이나 모니터 위주로만 봤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안 보는 것이 말이 되냐 할 수 있는데, 제가 나온 영화를 누군가와 같이 못 본다. 혼자 보는 스타일이라 누군가와 같이 보는 것이 스스로 부끄러운데 이걸 깨보려고 노력 중이다. 당당히 고개를 들고 영화를 보려고 한다. 칸에서도 그런 순간이 많았는데 송중기 선배님과 형서 씨가 저보다는 관객이나 대중을 만나는 것에 있어서는 노하우나 경력이 많다 보니 애써 따라가 보려고 노력해봤다. 손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 보기도 하고, 손가락을 몇 개 접었는지도 보고 따라 했다. 하지만 연습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웃음)"
- 연기를 하는 현장에서도 송중기 배우에게 배우는 바가 많았을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었나?
"중기 선배님이 제가 마음에 드는 얼굴이 나올 때까지 더 찍으라고 시간과 기회를 더 주시면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최소한 후회는 없게 찍은 것 같다. 제일 많이 배운 건 허투루 만들어지는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중기 선배님은 대본이나 장면을 대하는 것이 신중하고, 또 귀하게 대하신다. 연기적인 선택도 다양하다. 그런 다양함 속에서 자극을 받는 부분이 있다. 매번 리허설을 몸소 나서서 해주셨다. 저는 경력이 적다 보니, 연습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있는데 세팅을 할 때 뒤에서 도와주시기도 했다. 영화 작업을 시작하고 연기를 할 때 저런 분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옆에 있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에서 중요한 건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많이 배워서 귀중하게 생각한다. 잘 간직해서 앞으로 좋은 작업으로 풀어내고 싶다."
- 이야기를 들으니 영화 속 연규와 치건의 관계와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치건은 연규 앞에 갑자기 나타나서 사라지는 인물인데, 저에게 송중기 선배님이 치건 같다. 치건이 연규에게 300만 원을 준 것 그 이상의 애정을 주셨고, 엔딩신 같은 경우 눈물을 흘린 건 이 영화가 안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만큼 귀중했던 시간을 온몸 가득 느꼈다. 또 긴장감을 유발할 때는 선배님도 치건처럼, '아까 잘해줬던 분인데 왜 저러지' 할 정도로(웃음) 매섭고 날카롭게 연기해주셔서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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