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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박훈정 감독, 김선호와 '귀공자'→'폭군'…이유있는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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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훈정 감독, 김선호 손잡고 완성한 '귀공자' 색다른 누아르
김선호부터 강태주·고아라의 새 얼굴 발견 "실망시키지 않고 싶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박훈정 감독의 믿음이 제대로 통했다. 배우 김선호가 복귀에 성공했고, 관객들의 호평까지 얻어냈다. 그리고 '귀공자'에 이어 '폭군'까지 촬영을 마치며 영화 배우로서도 기분 좋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개봉된 '귀공자'(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다.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신세계', '마녀' 시리즈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김선호와 강태주, 김강우, 고아라 등이 열연했다.

'귀공자' 박훈정 감독과 김선호가 촬영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박훈정 감독과 김선호가 촬영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특히 김선호는 미스터리한 인물 귀공자 역을 맡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색다른 킬러를 완성했다. 시종일관 의뭉스러운 미소에 이상한 말을 하며 궁금증과 긴장감을 증폭시키더니 어느 순간 돌변해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한다. 놀라운 액션 실력까지 완벽하다. 피칠갑한 김선호의 새로운 얼굴을 제대로 담아냈다. 여기에 무려 1980:1의 경쟁률을 뚫고 마르코를 제 옷 입은 듯 소화해낸 강태주와 강렬한 연기로 시선을 압도한 김강우, 고아라까지, 볼거리 가득한 '귀공자'다.

이에 박훈정 감독은 30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귀공자'의 비하인드와 열연을 해준 배우들에 대한 믿음, 차기작 '폭군'을 언급했다.

- 김다미, 신시아 배우를 이어 강태주 배우가 '대형 신예' 계보를 잇게 됐다. 어떤 점에서 발탁했나.

"해외에서 공부한 적이 없는데 독학을 해서 영어와 일어를 잘한다. 똘똘한 친구다. 감독이 요구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잘 알아듣는다.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는데 최종 오디션에서 보여준 눈빛에 에너지가 넘친다. 연기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이게 안 되면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다더라.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오디션을 봤다 보니 그런 에너지가 느껴졌다. 물론 연기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거기서 오는 부족함은 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에서는 서툴다. 하지만 그런 에너지를 가진 것은 배우로서 장점이다. 정말 똘망똘망한 친구다."

- 이렇게 계속해서 신인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기본적으로 신인, 기성 배우 상관없이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배우를 찾고 싶은 것이 첫 번째다. 하지만 스타는 캐릭터가 아닌 그 배우로 먼저 보게 되는데 신인 배우는 캐릭터로 먼저 보게 되는 장점이 있긴 하다. 이런 걸 다 떠나서 연출하는 사람으로서 판단했을 때 이 배우가 적합하기 때문에 캐스팅을 한 거다."

- 그렇게 발탁이 된 배우들이 이젠 큰 스타가 됐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어떻게 캐스팅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그 나이의 괜찮은 배우들이 늘어나는 것이고 제가 일조를 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그 친구들은 제가 발견하지 않았어도 그 정도로 될 수 있는 친구들이라 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발견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제가 좀 일찍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훈정 감독과 배우 강태주가 '귀공자' 촬영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박훈정 감독과 배우 강태주가 '귀공자' 촬영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 이번 '귀공자'는 박훈정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밝고 웃긴 포인트가 많은 작품으로 여겨지는데 코믹에 대한 욕심이 평소에도 있었나.

"그간 코미디를 추구했는데 잘 안 됐다. 제 유머 코드가 일반적이지 않고 극소수만이 공감한다. 하지만 저는 되게 웃기다. 글을 쓰면서도 혼자 웃겨 죽겠고, 찍으면서도 너무 웃긴데 일반적이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이번엔 웃기다고 해주더라. 전체적으로 영화 톤이 가벼워진 것도 있다. 그 전 작품은 무겁다 보니 유머가 들어가도 안 먹히는데 톤이 가벼워지다 보니 유머 타율이 다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잘 되는 편은 아니라 고민이 많다. 같이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들도 '이쯤 했으면 안 먹히는 거다. 코믹을 넣지 말던가 아예 코미디물을 하라'고 한다."

- 당초 '슬픈 열대'였다가 슬픔이 덜해서 이 제목을 쓸 수 없었다고 했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이야기에 씁쓸함이 있었다. 코믹 요소가 진짜로 쓴웃음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영화 자체가 냉혹했다. 마르코를 보면 아프고 잔인한 얘기다. 그런데 촬영하고 보니 밝아졌고, 또 보니 '재미있네', '안 슬프네'로 변화가 된 과정이다."

- 앞선 작품들에서 폭력과 피칠갑이 난무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현재의 생각은 어떠한가.

"폭력은 폭력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은 변함은 없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는 상업 영화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상업적으로 봤을 때 일반 관객이 너무 거부감을 가지는 건 안 될 것 같다. 내가 표현하고 들려주고 싶은 것이 있는데 거부감을 가지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나. 물론 수위를 낮춘다고 해서 전달력이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 이번 '귀공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예전 작품보다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수위 고민을 많이 했나.

"그렇다. 후반 작업 CG 팀이 예전에는 '피를 더 넣어' 했는데 이번에는 썼던 피를 지우라고 했다. 많이 지웠다. 등급 문제 때문은 아니다. 청불로 가더라도 수위,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것 같다."

박훈정 감독과 배우들이 '귀공자' 촬영 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박훈정 감독과 배우들이 '귀공자' 촬영 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 고아라 배우 역시 반전의 캐스팅이다.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고아라 배우도 김선호 배우와 마찬가지로 다들 '어울려?' 했다. 윤주 캐릭터는 이미지를 중점으로 뒀다. 저는 배우들의 프로필에 있는 작품뿐만 아니라 화보 사진도 다 본다. 예전에 찍었던 패션 화보인데 딱 한 장이 윤주 이미지였다. 그래서 묻고 따지지도 않고 고아라 배우에게 이 사진을 주고 '내가 원하는 것이 딱 이거다. 이 분위기를 만들어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잘 만들어왔더라."

- 액션스쿨까지 다니면서 훈련을 계속 했다고 하더라.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웃음) 운전하고 총만 쏘면 되는데 왜 굳이 가나 했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를 해줬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사격 실력도 그렇고. 제가 어릴 때 홍콩 누아르 영화를 많이 본 마니아인데, 개인적으로는 총 잡는 자세에 따라 몰입도가 생기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더라. 액션 영화를 봤는데 총 쏘는 자세가 어설퍼서 총 한 번 안 잡아본 사람인 것이 느껴지면 몰입이 됐다가도 깨진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마다 총을 많이 다뤄야 하는 배우에게는 실제 총 무게와 유사한 가짜 총을 만들어서 사용하게 한다. 배우에게 그걸 항상 가지고 다니게 하고, 잘 때도 머리맡에 두게 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들게 시켰다. 고아라 배우에게도 주고 편하게 다룰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능숙하지는 않더라도 익숙하고 편한 도구처럼 보이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굉장히 총을 잘 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왜 액션 연습을 했는지는 모르겠다.(웃음)"

- 김선호 배우 같은 경우인 조교 출신이라 총기 액션에도 빨리 적응을 했을 것 같다.

"조교 출신인 건 몰랐다. 권총은 좀 어색하더라. 그래서 물어보니 조교 출신이라서 해서 '아, 조교는 소총만 들지. 권총은 간부들 거니까'라고 이해를 하게 됐다. 하지만 총을 많이 다루다 보니 금방 적응을 하더라."

- '귀공자' 속편에 대해 언급을 하기도 했고, 강태주 배우 역시 인터뷰에서 "속편을 한다면 귀공자가 마르코에게 '킹스맨'처럼 멋진 옷을 입히고 사격 수업을 해주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혹시 생각해놓은 바가 있나.

"걔들은 그런 얘기를 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물어보든가. 조율한 뒤에 말을 해야 하는데.(웃음) 이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쓸 때는 속편에 대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한 편만 생각했다. 캐릭터는 재미있고 아깝다는 생각은 했다.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촬영하면서 김선호가 '귀공자'의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귀공자 얘기를 조금씩 해주고 '나중에 (영화) 잘되면 풀어 줄게. 자꾸 영업 비밀을 물어보면 안 된다'라고 했다. 영화를 시리즈화 한다는 것이 감독 혼자만의 의지로 되는 건 아니다. 일단은 밀린 숙제가 많아서 그걸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 '귀공자'에 이어 차기작인 '폭군'에서도 김선호, 김강우 배우와 함께했다. 특히 김선호 배우는 '폭군' 촬영을 위해 체중 감량을 했다고 하는데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나.

"'폭군' 캐릭터는 초췌하고 불면에 시달린다. 고위 관리직, 공무원이다. 짊어진 게 많은 인물이고 비밀스럽다. 그것에 대한 고민이 많아 수척해야 한다. 피곤함을 표현해야 하는지라 살을 좀 빼야 했다. 그런데 살 빼고 나니 더 좋아진 거 같다."

'귀공자' 박훈정 감독과 김선호가 촬영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귀공자' 박훈정 감독과 김선호가 촬영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 혹시 '폭군'에서도 아까 언급했던 코믹함이 담기나.

"시도했는데 스태프들은 '빼면 안 되냐'라고 하더라. 이 정도 했는데 안 되면 하면 안 되나 싶어서 고민이 많다."

- 같은 배우와 연달아 작품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어떻게 결정을 하게 됐나.

"좋은 배우와 스태프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상황만 된다면 계속 같이하고 싶다. 중국의 두기봉 감독은 항상 같은 배우를 쓰고 역할만 바꾼다. 저는 이것도 재미있다. 좋은 배우는 전작과 캐릭터만 바꿔도 연기가 확 바뀐다. 그게 안 되면 두 작품 정도 쉬었다 만나자고 하기도 하는데, 그게 되는 배우들이다. 본인들도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것도 좋다고 하더라. '전 무엇을 하면 되죠?'라고 하길래 '뭘할까'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 박훈정 감독표 누아르를 좋아하는 팬덤이 형성이 되어있다. 어떤 마음이 드나.

"사실 팬이 많은지 몰랐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제 작품을 좋아해 준다는 것에서 감사함을 넘어 든든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다. 다음 작품을 좀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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